'귀여운 괴짜' 가르시아, 끊임없는 이슈메이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8.05 06: 58

홈런이 없어도 화제는 계속된다.
한화 외국인 타자 카림 가르시아(36)는 6월만큼 폭발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30~31일 대전 SK전에서 연이틀 홈런을 가동하며 4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쏘아올렸으나 주중 롯데와 2경기에서 7타수 1안타로 다시 침묵했다. 시즌 타율은 여전히 2할대(0.217)이고, 7월 이후 18경기에서 4홈런·9타점으로 생산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가르시아 회의론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성적을 떠나 가르시아는 끊임없이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괴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야왕도 못 말리는 승부욕

지난 2일 대전 롯데전. 가르시아는 2-3으로 뒤진 3회 2사 3루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롯데 수비진은 가르시아의 당겨치는 풀스윙을 고려해 우향우로 이동했다. 그러자 가르시아는 롯데 고원준의 초구에 기습번트를 댔다. 3루 쪽으로 절묘하게 굴러간 기습번트. 당황한 황재균이 재빨리 달려들어 맨손으로 잡자마자 1루로 송구했다. 하지만 가르시아는 1루를 향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들어갔고 황재균의 송구가 뒤로 빠지자 2루까지 냅다 진루했다. 한대화 감독은 "귀신도 몰랐을 것이다. 자기 나름대로 머리 쓴 것"이라면서도 "내가 1루 슬라이딩하지 말라고 주의를 줬는데도 그런다. 허리도 안 좋은데 그 큰 몸이 떨어지면 다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승부욕 만큼은 야왕도 못 말리는 것이다. 
 
▲ 베테랑 용병 우천 세레머니
언제부턴가 우천 연기가 결정나면 비 오는 와중에도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위해 선수들이 세레머니를 펼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다수 세레머니는 젊은 선수들의 차지. 외국인선수들도 우천 세레머니는 예외였다. 그러나 지난 3일 우천 연기돼 비가 오는 대전구장에서 가르시아가 갑자기 스파이크를 벗고 그라운드에 등장했다. 이미 대전구장은 폭우로 방수포가 그라운드를 덮은 상태. 가르시아는 타석에서 타석에서 스윙 시늉을 한 후 다이아몬드를 전력으로 돌기 시작했다. 그의 절친한 친구 정원석과 홍성흔도 등장했다. 가르시아는 방수포가 덮힌 홈을 향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했고, 심판으로 분한 홍성흔이 우스꽝스런 포즈로 아웃을 선언했다. 베테랑 외국인선수의 우천 세레머니. 좀처럼 볼 수 없는 진풍경에 팬들도 우천 연기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 류현진 유니폼 바지 빌려입기
지난 4일 대전 롯데전. 경기 직전 캐치볼하는 가르시아를 지켜보던 한화 구단 관계자가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평소 몸에 달라붙는 타이트한 바지에 양말을 올려신는 농군 패션을 고수한 가르시아였지만 이날은 유니폼 하의가 통이 넓은 것으로 달라진 것이다. 알고 보니 부상 재발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돼 재활군으로 내려간 에이스 류현진의 유니폼 바지를 빌려입은 것이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자 통풍이 잘 되는 류현진의 바지를 입은 것이다. 가르시아는 "류현진의 바지를 평소에도 입어보고 싶었다"고 했고 류현진도 기꺼이 빌려줬다. 가르시아는 앞으로도 류현진 사이즈의 바지 유니폼을 주문할 계획. 바람이 잘 통하는 바지의 의미도 있겠지만 부상으로 한동안 볼 수 없게 된 류현진을 기리는 의미도 없지 않다. 평소 가르시아가 가장 친한 선수로 꼽는 이가 바로 정원석과 류현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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