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의 심장을 꿰뚫는 카리스마로 시선을 압도하는 배우 류승룡이 ‘최종병기 활’로 돌아왔다.
지난 달 20일 개봉해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고지전’에 이어 ‘최종병기 활’ 역시 100억 원 가량이 투입된 대작이다.
국내 최초 활 액션을 다룬 영화 ‘최종병기 활’은 청나라 정예부대(니루)에게 소중한 누이를 빼앗긴 조선 최고의 신궁이 활 한 자루를 들고 10만 대군의 심장부로 뛰어드는 내용을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인조반정과 병자호란의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활에 대한 철저한 고증을 거쳐 완성된 작품이다.

극 중 류승룡은 청나라 정예부대 ‘니루’의 수장 ‘쥬신타’ 역을 맡아 조선의 신궁 ‘남이’로 분한 박해일과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을 펼쳤다.
류승룡은 ‘고지전’에선 국군 악어중대에 맞서는 북한군의 수장으로, ‘최종병기 활’에선 청나라의 적장으로 분했다. 두 작품에서 류승룡은 선(善)의 반대 진영에 선 악을 상징하는 인물로, 관객들이 공분을 느껴야 할 인물로 등장한다.
하지만 류승룡은 두 캐릭터 모두 악역임에도 미워할 수 없는 연민의 대상으로 승화시켰다.
“두 캐릭터 모두 일부러 미화 시킨 건 아니다. 둘 다 갈등과 긴장을 유발시키는 인물이지만 환경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 연민이 생기고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관객들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류승룡이 ‘최종병기 활’에서 보여준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다. 적지에 뛰어든 조선 신궁을 추적하는 청나라 수장, 류승룡이 있기에 극은 빠르고 거칠고 역동적으로 흘러간다.
“‘고지전’ 때도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다른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에 비하면 내 고생은 미안할 정도였다. 그 죄를 ‘최종병기 활’에서 다 받는구나 싶었다. 맨몸으로 절벽을 타고 마라톤 코스를 전력질주 하듯 뛰었다. 촬영하면서 살이 6kg 정도 빠졌다. 한 마디로 대장정이었다.”
그간 강한 캐릭터를 주로 맡았던 류승룡, 이번 영화에서 주인공 ‘남이’만큼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 그는 박해일의 역이 탐나진 않았을까.
“누이를 구하기 위해서 적지에 뛰어드는 남이의 모습은 매우 아름답다. 내가 좀 더 젊고 많은 사람들이 내가 그 역을 하는데 동의한다면 해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남이 역이 탐나진 않았다. 다 자기의 몫이 있는 것 같다. 우스갯소리지만 내가 남이였다면 내 여동생은 문채원 씨처럼 예쁘지 않았을 거다. 그랬다면 과연 천만 대군을 상대할 만큼 여동생을 구하고 싶었을까.(웃음)”
극중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하기 위해 류승룡은 활쏘기는 물론 승마, 만주어까지 능숙하게 익혔다. 그가 보여준 거침없는 액션과 수준급의 만주어 실력은 영화의 리얼리티를 한층 더 살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연기를 위해 변발까지 감행한 그는 “배우니까 가능한 일이고, 영화에 꼭 필요한 일이었으니 당연하다”며 외려 의연하다.
외적인 변화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무심히 말하는 류승룡. 사실 그에겐 오래도록 해소하지 못했던 연기 갈증이 있었다.
“이 영화를 찍으면서 달리 뭘 얻겠다는 계산을 하진 않았다. 시나리오가 훌륭했고 좋은 캐릭터라 내 배우 인생에 있어 딱 한번밖에 없는 기회겠다는 생각이 들어 참여했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나에 대한 관객들의 궁금증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다. ‘류승룡은 이런 강한 캐릭터 이외에도 다른 걸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기존에 주로 해왔던 역할 이외에 다른 장르, 다른 캐릭터를 해 보고 싶다. 또 그런 관객들의 궁금증을 나도 해소해 보고 싶다.”

힘들게 촬영한 만큼 이 작품에 대한 류승룡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그는 “활을 소재로 한 최초의 작품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영화의 다양성 발전에 기여를 했다고 자부한다”라며 “배우, 스태프들이 요행을 바라지 않고 원초적으로 땀과 열정을 흠뻑 쏟아내 만든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고지전’에 이어 ‘최종병기 활’까지 전력질주한 류승룡은 현재 휴식에 들어간 상황. 지금까지 자기 안에 꾹꾹 눌러 담았던 작품과 캐릭터를 비우기 위해 숨고르기에 들어간 류승룡은 ‘최종병기 활’이 장기 흥행해 추석까지 극장에서 상영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우리 영화는 추석하고 잘 어울린다. 한복에 국궁. 추석과 잘 어울리지 않나. 추석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복 입고 활쏘기를 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웃음)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사랑받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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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