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겐 뼈아픔, SK에겐 희망찬 첫 기억들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1.08.05 10: 57

내심 싹슬이까지 노렸던 LG였다. 하지만 한순간 그 분위기가 넘어가 버렸다.
LG는 지난 2일 3연전 중 첫 경기를 5-4로 기분좋게 잡아냈다. 넥센에서 트레이드를 통해 데려온 송신영의 1점차 터프세이브를 통해 기세를 올렸다. 특히 3위 SK와의 승차를 4.5에서 3.5로 줄였고 선수단 전체가 송신영 효과로 다시 치고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 더욱 희망찬 분위기였다. 더구나 SK는 믿었던 에이스 글로버를 내고도 패해 충격이 상당했다.
하지만 LG는 다음날인 3일 이런 송신영 효과의 반대급부를 뼈아프게 체득해야 했다. 송신영은 아웃카운트 2개만을 남긴 9회말 1사 1루에서 이호준에게 끝내기 역전 투런포를 맞았다. 3연승 분위기는 순식간에 곤두박질 쳤다.

여파는 순위로 나타났다. 지난 4월 26일 이후 딱 100일만에 5위로 내려앉은 것이다.
LG는 3연전 마지막인 4일 경기에서 전날의 충격을 감내하지 못한 채 맥없이 졌다. 1회 4실점하면서 기선을 제압당했고 이후 6회 1점을 만회하는데 그쳤다. 결국 8회 '전 LG맨' 최동수에게 만루포를 얻어맞고 침몰했다. 1회 리즈가 박재상의 번트 타구를 2루로 뿌렸다면, 최정의 도루 때 서동욱이 볼을 놓치지 않았다면 하는 아쉬움을 되새기게 했다.
주키치가 없었지만 박현준, 김광삼, 리즈로 이어지는 유리한 선발진을 갖고도 위닝시리즈를 SK에 헌납했다. 승차도 오히려 벌어져 5.5경기가 됐고 순위도 4위 롯데에 1.5경기로 밀렸다.
반대로 SK는 4일 기분좋은 2연속 위닝시리즈를 자축했다.
무엇보다 첫 기록들이 쏟아지면서 전날(3일) 이호준의 개인 통산 2번째 경험인 끝내기 역전 투런포의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
3일 올 시즌 첫 LG전 타점을 올렸던 최동수는 4일에는 LG 상대로 시즌 첫 안타를 쳤다. 그 안타가 바로 개인 통산 5번째 만루포. 사실상 LG의 추격의지를 완전 꺾어놓는 한 방이었다.
이날 안방마님으로 나선 허웅에겐 선발 포수 데뷔전이었다. 그러나 허웅은 첫 출장에도 불구하고 교체없이 마지막 아웃카운트까지 책임져 팀 승리를 이끌었다. 더구나 8회 데뷔 첫 안타를 중전적시타로 기록, 의미를 더했다.
 
허웅의 리드 속에 외국인 투수 고든은 문학 홈구장 첫 승을 신고했다. 6이닝 동안 5피안타 1실점,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국내 데뷔전이었던 한화전을 문학구장에서 치렀으나 4이닝 4실점하며 패전을 안았다. 첫 승은 역시 한화를 상대해 대전구장에서 거뒀다.
역시 좌완 박희수는 데뷔 첫 세이브를 거뒀다. 지난 6월 17일 데뷔 첫 승을 따낸 후 2승을 기록 중이던 박희수는 이날 4-1로 앞선 8회 1사 1루에서 정대현에 이어 나와 무실점(1⅔), 데뷔 첫 세이브까지 신고했다.
또 8회 대타로 출장한 박윤은 LG전 첫 안타를 날렸다. 전날 1군 엔트리에 올랐던 박윤은 LG 사령탑 박종훈 감독이 지켜보는 앞에서 보란듯이 중전안타를 쳐냈다. 적장이자 아버지 박종훈 LG 감독 입장에서는 아프면서도 고마운 첫 안타였을 것이다. 지켜보는 이에게 묘한 느낌이 든 안타였다.
 
이런 첫 기억들은 박경완, 김광현, 정근우 등 주전들의 잇딴 전력 이탈에도 SK를 여전히 강자로 군림할 수 있게 하는 희망이었다. SK 입장에서는 이번 LG전이 다시 힘을 집중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 분명하다.
야구 세계에서는 잊을 수 없는 첫 환희의 기억이 있다. 그러나 항상 그 저편에는 그 순간 통음하는 상대가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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