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이홍범 수석코치가 배팅케이지 뒤를 지키는 이유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1.08.05 13: 07

SK 와이번스의 훈련량은 이제 설명할 단계를 넘어섰다. 개인훈련은 물론 팀 훈련까지 사실상 팀 자체가 훈련의 대명사가 된 느낌이다.
그러나 SK는 최근 주축들이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박경완, 김광현, 정근우 등이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자연스럽게 백업 요원들과 베테랑들의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다행히 새 얼굴들을 발굴하게 되면서 최근 좋은 성적의 바탕이 되고 있다.
여기에 SK 코칭스태프의 노고도 빠지지 않는다. 선수보다 일찍 나와 장비를 설치하고 스케줄을 확인한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는 야간 훈련에도 선수들과 함께 고락을 나누고 있다.

특히 코치들의 첫 번째 임무는 바로 서 있는 것. 선수들을 지도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초보코치들이 가장 곤혹스러워 하는 것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같은 자세로 오래 서 있어야 할 때는 죽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최근 SK 이홍범(58) 수석코치를 보면 이런 고통을 즐기는 듯 하다. 항상 타자들이 훈련하는 배팅케이지 뒤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 가끔씩 짝다리를 짚고 코치용 배트에 의지하긴 하지만 자리를 뜨는 일은 없다. 중간중간 볼을 줍기도 하고 상대 코치진, 선수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어느새 원래 위치에 있다.
이유가 뭘까. 감시하는 것일까.
4일 문학 LG전에 앞서 만난 이 수석코치는 '선수를 감시하고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고개를 가로저은 뒤 "부상 방지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짧은 시간 배팅을 하더라도 누군가 뒤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면서 "혼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집중력과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배팅케이지에서 혹시 있을 수 있는 선수간 불상사 방지 차원이다. 언제든 무기로 둔갑할 수 있는 볼과 배트가 난무하는 곳인 만큼 이 코치로서는 안전이 우선이라고 본 것이다. 실제로 선수들은 이 코치의 건강을 기록, 수차례 "알아서 할테니 앉아 계시라"고 말해도 묵묵부답이다. 얼마전 폭우 속에서도 꼼짝 없이 비를 맞고 서 있기도 하다.
물론 여기에는 어떤 선수의 움직임이 좋은지 알아두기 위함도 있다. 김성근 감독이 급하게 대타를 찾거나 할 때 즉각적인 조언이 가능하다.
이 코치는 프로 원년인 1982년 OB시절 코치와 선수로 김성근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1985년까지 통산 2할4푼9리의 타율을 기록했다. 선수로서는 큰 이내선수로서는 이러다할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리더십을 인정받아 김성근 감독 사단에 합류해 있다.
 
과연 이 코치의 이런 노고가 선수들에게 전달이 된 것일까. 조그만 노력이 최근 팀의 상승세로 보답받는 느낌이다.  
 
한편 이 코치는 올시즌 전 2군으로 내려갔다가 지난달 4일 수석코치로 다시 1군으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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