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또 뼈다귀 감자탕 먹어야죠."
기분 좋은 목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SK 포수 허웅(28)은 요즘 계속해서 전력질주를 할 수 있어 즐겁기만 하다.
허웅은 5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LG와의 홈경기에 선발로 나서 포수 마스크를 썼다. 이틀 연속 선발 출장. 그리고 또 한 번 마지막 이닝을 소화한 후 마무리 송은범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주전 정상호의 손가락 부상으로 운좋게 꿰찬 선발 포수자리지만 2경기 연속 승리팀 마운드를 이끌었다는 사실에 스스로도 감회가 새로웠다. 전날(4일) 9-1로 압승했고 이날은 4-2 승리를 만끽했다.
이틀 동안 허웅은 그야말로 종횡무진이었다. 안방마님으로서 위기다 싶으면 마운드에 올라가 투수들의 어깨를 토닥여줬다. 전날 4-0으로 리드하다 위기를 맞은 고든에게는 서툰 영어지만 "포-제로, 노 프라블럼. OK?"라고 진정시킨 후 사인에 변화를 주기도 했다.
이날 허웅은 2-0으로 앞선 2회 1사 후 맞은 첫 타석에서 국내 최고 투수로 군림하고 있는 KIA 윤석민을 상대로 깨끗한 좌전안타를 쳐냈다. "첫 타석에서 안타를 쳤더니 부담이 사라졌다. 매번 타격 때문에 지적을 받아왔는데 요즘은 그런 말을 듣지 않아 다행스럽다"는 허웅이다. 그러나 "윤석민을 상대로 안타를 쳐 기분이 좋았지만 너무 들뜨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해 포수로서 책임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특히 허웅은 이날 경기 후 전날 데뷔 첫 세이브를 거둔 친구 좌완 박희수, 후배 오성민(26)과 함께 뼈다귀 감자탕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 그는 "오늘이 세 번째다. 셋이서 먹은 뒤 계속 이기니까 징크스를 지키려고 왔다. 이기면 또 먹으러 올 생각"이라면서 웃었다.
포수로는 왜소한 체구(177cm/80kg)를 지닌 허웅은 일단 치면 무조건 전력 질주를 하고 있다. 이날도 마찬가지. 플라이볼이라도 상관하지 않고 있다. 팬들에게 허웅의 존재감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체력 소모가 가장 많은 포지션의 선수가 마치 톱타자처럼 전력으로 달리니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허웅은 "매 순간 전력 질주를 하다보니 사실 힘들고 지친다. 피곤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런데 지금처럼 행복한 순간이 없는 것 같다"면서 꿈꿔왔던 무대가 허웅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새삼 깨닫게 해줬다.
지난 2002년 현대 입단 허웅은 1군 무대를 밟아보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러나 우여곡절을 거쳐 지난달 29일 대전 한화전에 앞서 1군 통보를 받기까지 10년이 흘렀다. 4경기 8타수 2안타 1타점 2삼진에 타율은 2할5푼. 올해 기록이 바로 자신의 통산 기록과 같은 신인 허웅이다. "올 시즌을 마치고 내년 초 여자친구와 결혼하기로 했다"는 허웅의 전력질주는 당분간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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