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대호 인턴기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지만 부담감은 고래를 바다 깊숙한 곳으로 밀어 넣기도 한다. LG 트윈스에서 기대와 부담감을 한 몸으로 받으며 좀처럼 제 기량을 뽐내지 못했던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25)가 부담감을 떨쳐 버리고 영웅군단에서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고교생 최초 4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박병호는 2005년 1차 지명으로 입단 당시 LG를 다시 가을야구로 이끌 유망주 타자로 관심을 모았다.. 그렇지만 많은 기대가 부담이 된 탓인지, 아니면 능력이 거기 까지였는지 박병호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만 기록했다. 2005년과 2006년 1할대에 불과한 타율과 적은 홈런만을 남기고 상무에 입대한 박병호는 2009년 복귀 후에도 입대 전과 크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어느 새 LG 팬들에게 ‘박병호’는 애증의 이름이 되고 말았다. 박병호는 가끔 좋은 모습을 보여줘 팬들을 설레게 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LG는 박병호에 건 기대의 끈을 놓지 않은 채 출전 기회를 줬으나 그는 결국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오랫동안 가을야구를 못 하며 성적을 내야만 하는 LG로서는 더 이상 박병호만 바라보고 기용할 수 없었다. 결국 박병호는 지난달 31일 팀 선배 심수창과 함께 송신영, 김성현과 트레이드 되며 넥센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부담감에 눌려있던 박병호에게 넥센은 기회의 팀이라 할만 했다. 넥센 김시진 감독은 이적해 온 박병호에게 “계속 기용 할테니 부담 갖지 말고 타석에서 자기 스윙을 하라”고 격려했고 심재학 타격코치는 “감독님께 올해는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무조건 널 기용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LG 시절 ‘여기서 보여주지 못하면 기회가 없다’는 부담감에 힘들어했던 박병호에게는 가장 반가운 소리였다. 그리고 박병호는 드디어 넥센 코칭스태프의 믿음에 보답했다.
5일 목동 두산전에 4번타자로 선발 출장한 박병호는 1회 첫 타석에서 좌전안타로 감각을 조율했다. 이어 5회에는 좌전 적시 2루타를 기록하며 넥센에서의 첫 타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박병호는 7회 드디어 대포를 발사했다.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타석에 선 박병호는 상대 투수 고창성의 커브가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에 걸리자 가볍게 밀어 쳤다. 다들 평범한 플라이라 생각했지만 박병호의 괴력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하얀 공은 새까만 목동하늘 높이 포물선을 그리며 우측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이 홈런포로 박병호는 마음 속 부담감과 응어리를 담장 밖으로 함께 날려 버렸다.
박병호는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전 소속팀 LG에 많은 기회를 줬는데 살리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가장 먼저 전했다. 이어 “예전에는 주어진 한 타석이 매우 중요했다”며 “삼진 먹는 게 두려워 조급했는데 이제는 매 타석 기회가 오기에 두려움 없이 타석에 나설 수 있다”고 마음이 편안해 진 것을 활약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박병호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변화구에 삼진 당할까 봐 걱정하던 건 없어지는 대신 자신감이 높아져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거듭 활약의 비결로 자신감을 강조했다.
박병호의 넥센 이적 후 4경기 성적은 15타수 5안타 타율 3할3푼3리 1홈런 2타점으로 넥센 연착륙에 일단은 성공한 모습을 보였다. 이제 박병호는 프로 데뷔 후 자신을 괴롭히던 부담감에서 벗어나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부담감 대신 자신감을 얻은 박병호의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나기’는 이제 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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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목동=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