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퍼펙트 기록은 언제쯤 나올까.
지난 5일 잠실구장. LG 외국인 좌완 투수 벤자민 주키치(29)가 경기를 지배했다. 8회 2사까지 안타와 볼넷 그리고 실책으로 단 한 명도 타자 주자도 출루시키지 않는 퍼펙트 피칭을 펼쳤다. 꿈의 대기록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4개. 그러나 24번째 타자 이양기에게 던진 이날 경기 92구째 공이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가르는 깨끗한 좌전 안타로 연결됐다. 한국프로야구 최초의 퍼펙트게임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된 순간 기록이 허무하게 깨졌다.
퍼펙트게임은 선발투수가 경기가 끝날 때까지 모든 타자를 상대로 안타와 볼넷 그리고 실책과 폭투로 단 한 명의 타자도 진루시키지 않고 끝낸 경기를 의미한다. 수학적인 확률상 9회 동안 안타를 허용하지 않은 확률은 1000분의 1에 가까우며 노히트노런보다도 40배나 어렵다. 지난 1982년 출범해 올해로 30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한국프로야구는 1만3798경기 동안 한 번도 퍼펙트게임이 나오지 않았다.

퍼펙트게임에 조금 못 미치는 대기록이 바로 노히트노런이다. 노히트노런은 선발투수가 상대를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경기를 끝내고 승리한 것을 의미한다. 볼넷이나 사구 또는 실책으로 주자를 내보낸 경우까지는 안타에 의한 출루가 아니기 때문에 퍼펙트게임보다 달성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한국프로야구에서도 지난 30년간 1만3798경기에서 총 10차례 노히트노런 대기록이 작성됐다.
1984년 5월5일 어린이날 해태 우완 방수원이 광주 삼미전에서 9이닝 6탈삼진 3사사구 무실점으로 첫 노히트노런을 작성했다. 가장 최근에는 2000년 5월18일 한화 송진우가 광주 해태전에서 9이닝 6탈삼진 3사사구 무실점으로 역대 10번째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다. 이 가운데 가장 퍼펙트게임에 근접했던 투수는 한화 정민철. 1997년 5월23일 대전 OB전에서 9이닝 8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막고도 포수 패스트볼에 따른 낫아웃 출루가 유일한 출루로 퍼펙트게임이 무산됐다. 그것도 8회 1사 23번째 타자에게서 나와 아쉬움이 배가 됐다.
지난 1876년 내셔널리그 출범해 올해로 135년 전통을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서는 총 20차례 퍼펙트게임이 나왔다. 1880년 6월12일(이하 한국시간) 웨체스터 리 리치먼드가 클리블랜드전에서 역사상 최초의 퍼펙트게임을 작성한 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5월30일 필라델피아 로이 할러데이가 플로리다를 상대로 퍼펙트게임을 펼쳤다.
1936년 시작해 76년 역사가 된 일본프로야구에서는 1950년 6월28일 요미우리 후지모토 히데오(한국명 이팔용)가 니시니혼을 상대로 최초의 퍼펙트게임을 작성한 후 1994년 5월18일 요미우리 마키하라 히로미가 히로시마전에서 달성한 것이 15번째 마지막 퍼펙트게임으로 남아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평균 6.8년, 일본프로야구에서는 평균 5.1년에 한 번꼴로 퍼펙트게임이 나왔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는 1900년대 이후 최초로 같은 해에 퍼펙트게임이 두 차례 나오기도 했지만 일본프로야구는 17년째 퍼펙트게임이 나오지 않고 있다. 언제 어떻게 퍼펙트게임이란 대기록이 나올지는 예측할 수 없다. 올해로 30년째가 된 한국프로야구도 이제는 한 번쯤 퍼펙트게임이 나올 때가 됐다. 과연 누가 언제 어떻게 최초의 대기록 주인공이 될까.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