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로 돌아가는 것일까.
한화가 무기력하다. 5~6월 상대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패기와 근성이 사라졌다. 6승16패1무로 최악의 스타트를 끊었던 4월을 연상시키는 무기력함. 내심 4강권에 대한 기대를 잃지 않았지만 어느덧 4위 롯데와 8경기로 벌어진 7위에 머물러 있다. 최하위 넥센에게도 2.5경기차로 쫓기는 상황. 자칫 3년 연속 최하위에 대한 불안감도 지울 수 없다. 프로야구 사상 3년 연속 최하위를 한 팀은 2001~2004년 롯데밖에 없다.
지난 5일 잠실 LG전은 한화의 무기력함이 집약된 한판이었다. 타선은 LG 선발 벤자민 주키치에 철저하게 눌리고 막혔다. 8회 2사까지 단 한 명의 타자도 1루 베이스를 밟지 못했다. 8회 2사 후 이양기의 안타가 터지지 않았다면 한국프로야구 30년 사상 최초의 퍼펙트게임 제물이 될 뻔했다. 게다가 수비에서도 실책 2개로 자멸하는 등 0-8 영봉패를 당했다. 공수에서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이날 패배로 한화는 4연패를 당했다. 지난 4월23일 대전 두산전부터 4월28일 목동 넥센전까지 5연패를 당한 후 4개월만에 당한 4연패.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간 한화는 3연패가 2차례가 전부였다. 올해 4연승이 최다연승일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지 못했지만 긴 연패를 당하지 않으며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4개월 만에 찾아온 4연패는 단순한 연패가 아니다. 그만큼 힘이 떨어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7월부터 한화는 페이스가 서서히 떨어지고 있었다. 7월 이후 19경기에서 6승13패. 승률이 3할1푼6리밖에 되지 않는다. 이 기간 동안 한화보다 안 좋은 승률을 낸 팀은 없다. 즉 7월 이후 가장 좋지 못한 팀이다. 한화는 7월 이후 팀 타율 2할4푼6리로 경기당 평균 3.3점에 그치고 있다. 팀 평균자책점도 5.68로 최하위. 심지어 실책도 19경기에서 17개를 기록해 경기당 하나꼴로 저지르며 자멸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대화 감독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에이스 류현진이 부상으로 낙마해 이렇다 할 전력 반등 효과도 없어졌다. 야심차게 데려온 외국인 마무리 데니 바티스타는 제대로 된 등판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한 감독은 "4강을 포기할 수 없다. 선수들의 목표의식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객관적으로 4강을 노리기 여의치 않지만 목표를 설정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건 차이가 크다. 그러나 요즘에는 그마저도 의미를 잃은 모습이다.
냉정한 성적이다. 한화는 올 시즌 전 강력한 최하위 후보로 지목됐다. 4월 최악의 부진 후 구단 경영진 교체와 카림 가르시아 효과로 대반전을 연출했지만 궁극적으로 팀 전력 자체가 바뀐 건 아니다. 기본적인 전력이라는 것을 극복하기에는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가 너무 길다. 한대화 감독은 "풀타임 주전 경험이 있는 선수가 많지 않다. 그래서 지속성이 떨어진다"고 아쉬워했다. 한 야구인도 "한화는 아직 검증 안 된 선수들이 많은 팀이다. 지금 당장 바꾸기는 어렵더라도 팀을 강하게 만들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팀 전력을 떠나 근성이라는 게 필요하다. 요즘 한화가 가장 결여돼 있는 부분. 기본 전력이 약한 팀이 근성마저 없다면 결과는 너무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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