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53)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100승 투수이자 국내 투수 조련의 대가 중 한 명입니다. 그리고 박찬호(38. 오릭스)는 부연 설명이 필요없는, 한국 최초의 메이저리거로서 대단한 위업을 쌓은 최고 스타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한양대 출신 선후배 사이입니다.
박찬호의 올 시즌 오릭스에서의 투구를 지켜본 김 감독이 그의 테이크백 동작을 지적하며 아쉽다는 이야기를 밝혔습니다. 지난 5일 목동 두산전을 앞두고 밝힌 김 감독의 의견을 여기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투구 시 백스윙이 너무 짧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팔을 뒤로 향하는 테이크백 동작과 팔을 들어올리는 동작, 손에서 공을 놓을 때까지의 동작이 비슷한 힘 배분으로 나왔으면 하는데 (박)찬호는 그 점에서 아쉬웠다".
어떤 의미일까요? 김 감독은 박찬호가 팔스윙을 뒤로 하는 동작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했습니다. 이는 비단 박찬호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국내에 선을 보이는 외국인 투수들에게서도 보이는 모습입니다. 힘이 있을 때는 릴리스포인트서 힘을 제대로 싣지만 힘이 떨어지면 제구와 볼 끝을 잃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나 일본 리그에서는 투수가 투구를 시작할 때 백스윙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른바 힘을 장전시켜 탄력을 준 뒤 그 반발력을 팔에도 전달하는 것인데요.
소프트뱅크의 와다 쓰요시나 스기우치 도시야 등 좌완 에이스들을 보면 체구가 크지 않은 데도 좋은 볼 끝을 지니고 있습니다. 백스윙 때도 투구 시 ⅓의 힘을 배분해 탄력을 준 뒤 그 힘을 바탕으로 팔을 들어올리고 공을 끝까지 긁어 나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한 투수들을 보면 공이 빠르지는 않은데 묵직한 느낌을 준다. 아무리 150km 이상을 던진다고 해도 종속이 뚝 떨어져 138km로 끝나는 공이 무섭겠는가. 아니면 145km가 안 되는 초속이라도 볼 끝이 살아있어 138km로 날아오는 공의 위력이 좋겠는가. 타자 입장에서는 후자가 더 무서운 투수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투수를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SK 필승계투 좌완 정우람도 팔을 들어올리기 전 백스윙에 들어가며 손목에 탄력을 주고 들어갑니다. 그 또한 공이 무지막지하게 빠른 투수가 아니지만 묵직한 볼 끝과 안정된 제구로 SK 계투진에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대학 후배니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지". 올 시즌 박찬호는 많은 기대 속에 오릭스 유니폼을 입었습니다만 부상과 투구폼 논란, 리그 적응 등 여러 벽에 부딪히며 1승 5패 평균자책점 4.29(6일 현재)로 아쉬움을 비추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124승에 빛나는 대투수 박찬호의 일본 리그 고전. 김 감독의 이야기는 투구의 첫 단추를 제대로 꿰지 못한 동시에 힘의 균형적인 배분이 아쉬웠던 후배에게 애정어린 한 마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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