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이 비교한 30년 전 선수-현재 선수, 차이점은?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08.07 07: 04

[OSEN=이대호 인턴기자] "요즘 선수들이 힘은 좋아졌지만 퇴보한 면도 있지".
지난 5일 넥센 히어로즈 김시진(53) 감독은 목동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프로야구 선수들이 지난 30년 간 얼마나 기량 면에서 향상되었는지에 대해 평소 생각을 밝혔다.
김 감독은 "내가 선수생활 할 때까지만 해도 변화구는 몇 개 없었는데 요즘 선수들은 훨씬 많은 변화구를 쓴다"면서 "그런 것들이나 신체조건, 특히 힘 같은걸 보면 확실히 초창기 야구보다 발전한 것은 있다"고 말했다.

투수를 예로 들자면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최고 구속 140km 초중반정도 공이면 강속구 투수라는 호칭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최고 구속 150km를 상회하는 선수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김 감독은 이런 점을 두고 지난 30년간 선수들의 힘은 좋아졌다고 평가한 것이다.
그렇지만 김 감독은 투수에게 있어서 구속이 가장 중요한 건 아님을 재차 강조했다. 최근 경향이 제구 보다는 구속을 중요시 한다며 “요즘 보면 공 던지고 나서 꼭 뒤돌아서 전광판으로 최고 구속 얼마 찍혔는지 확인하는 선수들이 많이 있다”며 “제구가 안 돼서 한 가운데로 들어오는 150km짜리 공이랑 코너워크가 확실히 된 142km짜리 공 가운데 어떤 게 타자 입장에서 어렵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내가 선수생활 할 때는 변화구라 할지라도 땅에 바운드 되면 제구가 떨어진다고 생각해 부끄러워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과연 김 감독의 말대로 프로 출범 초창기 투수들의 제구력이 지금보다 더 좋았을까. 30년이란 시간적 간격이 있기에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지만 평균 투수들의 9이닝 당 볼넷 허용 비율(이하 B/9)을 통해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김 감독이 선수생활을 시작한 지난 1983년 리그 전체 투수들의 B/9는 2.92였다. 즉 1983년엔 팀이 한 경기를 치르면 평균적으로 2.92개의 볼넷을 내 줬다는 의미가 된다. 참고로 1984년의 B/9는 3.26, 1985년은 3.27로 프로 출범 초창기엔 한 팀의 경기당 볼넷 허용은 3개를 약간 넘는 수준이었다.
반면 최근 B/9 수치를 살펴보면 30여 년 전과는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올해는 7일 현재까지 리그 B/9가 3.81이며 지난해 B/9은 3.84였다. 그리고 가장 볼넷이 많이 나왔던 2009년에는 B/9가 4.09에 이르기도 했다. 물론 B/9은 당시 타자들의 수준과 투수 등판 간격, 스트라이크 존 등 많은 변수가 있지만 투수들의 제구력을 비교해 볼 간접적인 기준을 될 수 있다.
김 감독은 최근 투수들의 제구력 부족을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 마음에서 찾았다. 김 감독은 “요즘 선수들, 다들 기술도 좋고 체격도 좋아져 힘까지 좋아졌지만 제구는 나아지지 않는다”면서 “그 이유는 다른 것들은 모두 기술적인 문제지만 제구는 정신적인 면이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요즘 투수들은 타자에게 얻어맞을 것 같아 공을 스트라이크에 넣지 못하고 변화구로 이리저리 피해 다니다 결국 볼넷을 허용하고 만다는 것. 김 감독은 “타자가 친다고 다 안타나 홈런이 되는 것도 아닌데 피해 다닐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 “좀 더 대범하게 타자와 승부할 필요가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평소 투수들의 제구력을 강조하고 볼넷을 안타보다 더 싫어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하지만 넥센은 지금까지 한 경기당 볼넷 허용 개수가 4.77개에 이르며 리그 평균인 3.81개보다 더 많은 볼넷을 내주고 있다. ‘최고의 투수 조련사' 김 감독이 ’볼넷 상위권‘에 위치한 넥센 투수진의 체질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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