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선발 등판 시 경기 당 득점 지원률 2.47점, 2009년에도 경기 당 득점 지원은 1.20점에 불과했고 지난 시즌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었던 남자. 그리고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지난 시즌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던 그가 오랜만에 웃었다.
5회 4점을 내주며 호투 기록을 남기지는 못했으나 곗돈 타듯 타선 지원이 터졌다. '김지토' 김상현(31. 두산 베어스)이 797일 만에 의미있는 선발승을 거뒀다. 김상현은 지난 6일 목동구장서 벌어진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서 선발로 등판해 5이닝 9피안타(탈삼진 4개, 사사구 1개) 4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되었다. 시즌 첫 선발승이자 2승(1패, 7일 현재)째.

지난 2009년 5월 31일 대전 한화전 이후 797일 만의 선발승이다. 2001년 2년제 제주한라대를 졸업하고 2차 1순위(전체 8순위)로 깜짝 지명되어 두산 입단한 김상현은 2007년서부터 본격적으로 1군 투수진에 가담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명제(임의탈퇴)의 부진, 금민철(넥센)의 계투 이동에 따라 선발로 보직 이동한 김상현. 그 해 28경기 4승 9패 2홀드 평균자책점 4.33을 기록한 김상현의 선발 성적은 9경기 6패 3.76이었다. 나쁘지 않은 평균자책점이었으나 단 1승도 없었다. 경기 당 타선 지원이 2.47점 밖에 안 되었기 때문이다.
2008년 44경기 6승 2패 평균자책점 2.40으로 프로 데뷔 이래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던 김상현은 2009시즌 4선발로 시즌을 시작했다. 그리고 시즌 초반 그는 팀 내 가장 경기 내용이 좋은 선발 투수로 활약했다. 그러나 5월까지 평균자책점 3.60으로 10경기 넘게 나서고도 2승(2패)에 그쳤다.
그 당시 김상현의 경기 당 타선 지원은 1.20점. 김상현만 마운드에 오르면 타선은 'FC 두산'이 되었다. 2009년 4월 16일 잠실 히어로즈전서는 9이닝 6피안타 1실점 완투 경기를 펼치고도 마일영(한화)의 무실점투에 밀려 0-1 경기 패전을 떠안았다. 시즌 초반 좋은 모습을 보이던 김상현은 결국 슬라이더를 과신하다 투구 밸런스를 잃었다.
2009년 김상현의 성적은 7승 6패 3홀드 평균자책점 4.72. 어렵게 연봉 1억원을 만들었으나 그 해 초반 포스를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이듬해 비극에 비하면 이는 불운 축에도 못 끼었다. 지난해 김상현은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기 때문.
지난해 3월 연습경기 도중 직선타구에 왼 정강이를 맞았던 김상현은 두 달 간 통증 완화에 힘썼다. 검진 결과는 타박상이었던지라 선수 본인은 조기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 믿었다. 그 와중에서 4월에는 KIA 장성호(한화)와의 1-1 트레이드 시도가 알려지며 마음 고생을 겪기도.
그러나 좀처럼 통증이 낫지 않아 정밀 검진을 받은 결과 골지방종 판정을 받았다. 결국 김상현은 정강이 부위 골지방을 메우는 수술을 받고 시즌 아웃되었다. 지난해 말에는 전지훈련이 아닌 국내 잔류군으로 편성되어 혹한을 견뎠다.
"겨울에는 경유차 기름이 얼 정도로 추워 대중교통으로 안산 집에서 잠실까지 출퇴근 했을 정도"라며 김상현은 비시즌 고생을 헛웃음과 함께 이야기했다. 4월에는 오랜만에 1군에 올라 초반 좋은 모습을 보였으나 투구 휴식 간격이 짧다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구위도 뚝 떨어지는 불운을 맛보았다.
아직 김상현은 선발로 뛸 체력이 확실하게 갖춰지지 않은 상태. 5회 4실점에 대해 김상현은 "선발로서 몸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인지 그 때는 힘이 떨어지고 말았다"라며 아쉬움을 비췄다.
그러나 그동안 자신을 본의 아니게 '박복 투수'로 만들었던 야수들이 자신을 도와줬다는 점이 기뻤던 모양이다. 김상현은 2회 5득점 등 초반 9점을 뽑아준 타자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일찌감치 점수를 뽑아주고 수비도 정말 좋았다. 예전에는 득점 지원이 많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지만.(웃음) 오늘(6일) 나는 야수들 덕분에 선발승을 따냈다. 그래서 기분이 좋다".
4월 중 1군 복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김상현은 둘째의 임신 소식을 들었다. 시즌이 끝나면 두 아이의 아빠가 될 김상현. 그는 5이닝 4실점 선발승 속에서 앞으로의 숙제 만이 아닌 자신감도 함께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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