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를 잡은 뒤 잘 하고 있어서 좋다. 다만 덜렁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원 소속팀 방출 이후 병역 의무 해결 등으로 인해 3년을 사실상 쉬었던 선수. 신고선수로 테스트 문을 두드린 뒤 정식계약을 넘어 어느새 현재 주전 포수로까지 성장했다. 신고선수 출신 포수 허도환(27. 넥센 히어로즈)을 가리키며 김시진 감독은 절로 웃음을 지었다.

김 감독은 지난 6일 목동 두산전을 앞두고 덕아웃서 허도환에 대해 "열심히 밝게 야구에 임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가끔 덜렁대는 것만 빼면 참 잘하고 있다"라며 칭찬했다. 시즌 전 1군 전력으로 생각지 못했던 신고선수가 선발 라인업 한 자리를 꿰찬 것이 기특한 눈치가 역력했다.
서울고-단국대를 거쳐 지난 2007년 2차 7순위(2003년 지명)로 두산에 입단한 허도환은 대학 시절 대표팀에도 선발되었던 유망주다. 당시 입단 동기였던 이용찬이나 야구 동기생 노경은(이상 두산)은 "야구를 알고 하고 잘 하는 선수"라며 당시의 허도환을 떠올렸다.
그러나 신인 포수가 곧바로 프로 무대에 적응하기는 무리가 있었다. 홍성흔(롯데)-채상병(삼성) 1군 포수진을 뚫지 못했던 허도환은 1군 1경기 출장에 그친 뒤 방출 칼날을 맞았다. 김재환, 최재훈(현 경찰청) 등 젊고 유망한 포수들이 잇달아 두산에 입단하며 허도환의 자리가 갑작스레 사라진 것.
방출 후 팔꿈치 부상을 치료하고 공익근무로 병역을 해결한 허도환은 지난 1월 테스트를 통해 넥센의 문을 두드린 뒤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3년 간 실전 공백이 있었으나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테스트에 합격했다. 두산 출신 '업둥이'가 넥센 유니폼을 입고 다시 프로 선수로서 또 한 번의 기회를 얻은 순간.
2군 남부리그서 28경기 1할8푼2리 3타점에 그친 허도환. 그러나 주전 포수 강귀태의 부상이 그에게 기회를 주었다. 6월 1일 신고선수 정식 등록이 가능한 날이 되자마자 정식 계약과 함께 1군에 오른 허도환은 이튿날 1타점 2루타로 데뷔 첫 안타 및 타점을 신고했다. 2군 1할 포수가 이틀째만에 사고를 치며 눈도장을 받기 시작했다.
허도환이 주전 포수로까지 우뚝 선 것은 친정 두산과의 경기였다. 6월 1일 잠실 두산전서 허도환은 선발 포수로 나서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야무진 활약을 선보이며 10-4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이후 허도환은 거의 꾸준하게 마스크를 쓰고 있다.
올 시즌 허도환의 1군 기록은 34경기 2할5푼 8타점.(6일 현재) 스스로 문을 두드려 신고선수가 된 포수가 8개월 만에 팀의 안방마님으로 성장했음을 떠올려보면 분명 의미있는 성적이다. 특히 친정팀 두산을 상대로는 3할5푼7리(14타수 5안타) 4타점으로 펄펄 날고 있다. 선수 본인 또한 "두산을 상대로는 절대 지고 싶지 않다"라며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든다.
"성격도 밝고 정말 열심히 하니 기특하다. 그런데 가끔 덜렁대고 감정 조절이 잘 안 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실전 공백이 있던 신고선수가 저렇게 자라난 걸 보면 대단하다. 기회를 주니 제대로 잡아냈다".
업둥이가 바르게 자라나면 집에는 복덩이가 된다는 옛 이야기가 있다. 아직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넥센이지만 기대치가 극히 미미했던 '업둥이 신고선수' 허도환이 복덩이가 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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