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참' 박정진, 2011년 한화 최고의 투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8.07 07: 00

절체절명의 순간. 그때마다 한화 마운드에는 그가 있었다.
지난 5년간 한화 최고의 투수는 이견의 여지없는 '에이스' 류현진(24)이다. 5년 연속 팀 내 최다승을 기록한 최고 에이스였다. 올해도 류현진은 팀 내 최다승(8승)을 거두고 있지만 6월말 왼쪽 등 견갑골 부상으로 사실상 전열에서 이탈했다. 올해 한화 최고 투수를 택한다면 그가 아닐 수 있다. 팀 내 최고참 투수 박정진(35) 때문이다. 박정진은 올해 리그 최고의 불펜 투수로 자리매김하며 한화의 수호신 역할을 하고 있다.
박정진은 지난 6일 잠실 LG전에서 3⅓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5회부터 선발 마일영에 이어 구원 등판, 최고 145km 직구와 136km 슬라이더로 LG 타선을 무력화시켰다. 지난 5월18일 잠실 두산전과 함께 올 시즌 최다 투구이닝. 이날 경기 후 2개월10일 만에 승리투수가 된 박정진은 한화의 4연패를 끊는데 앞장섰다. 경기 중반을 확실하게 틀어막으며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박정진은 올해 팀 내에서 가장 많은 43경기에 등판, 4승3패5세이브8홀드 평균자책점 3.23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40경기 이상 등판한 투수 중 투구이닝이 55⅔이닝으로 SK 전병두(44경기·76⅓이닝)-KIA 손영민(47경기·73⅔이닝)-SK 정우람(46경기·70이닝) 다음으로 많다. 구원으로 3이닝 이상 던진 것만 해도 5경기로 전병두(8경기)과 손영민(6경기)에 이어 3위. 물론 이들 중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투수가 박정진이다.
팀이 어려울 때마다 박정진이 마운드에 올랐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 올시즌 첫 3이닝 등판이었던 지난 5월11일 잠실 LG전은 한화에게 첫 번째 터닝포인트로 작용한 경기였다. 이어 5월18일 잠실 두산전에서 3⅓이닝 동안 혼신의 60구를 던지며 온몸으로 팀의 승리를 지켰다. 이날 경기를 시작으로 한화는 5월21일 군산 KIA전까지 한화는 올 시즌 최다 4연승을 달렸다. 4연승 경기를 마무리한 것도 바로 3이닝 세이브를 거둔 박정진이었다.
지난 1999년 1차 지명으로 한화에 입단한 박정진은 쟁쟁한 선배들에 밀려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잘 알려진 대로 2009시즌 종료 뒤에는 정리대상자였다. 하지만 한대화 감독으로부터 좌완 투수라는 이유로 한 번 더 기회를 받고 지난해 최고 시즌을 보냈다. 한대화 감독은 "나이가 서른이 넘었는데도 교육리그로 보냈다. 그랬더니 마지막이라고 열심히 하더라. 그동안 많이 던지지 않아서 그런지 어깨도 생생하다"며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박정진도 "다른 건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팀에 필요한 투수가 되고 싶다. 팀이 승리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많은 나이에 많은 이닝을 던지는 것에 대해서도 "코칭스태프에서 관리를 잘 해주고 있기 때문에 문제없다. 정민철 투수코치님이 많이 신경써 주신다"고 고마워했다. 그런 그의 유일한 소망은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오르는 것. 박정진은 "야구를 관두기 전까지 최고 무대에 올라 후회없이 던지고 싶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꿈을 향해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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