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156km. 불같은 강속구를 던지는 한화 외국인 마무리 데니 바티스타(29)가 주목받고 있다.
바티스타는 지난 6일 잠실 LG전에서 최고 156km 강속구를 뿌렸다. 이날 29개 공 중에서 직구를 16개 던졌는데 평균 구속이 무려 153.6km였다. 컷패스트볼도 8개를 던졌고 평균 구속 143.8km를 기록했다. 가공할 만한 스피드를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바티스타는 1⅔이닝 동안 탈삼진 4개로 승리를 지켰다. 그러나 안타 2개에 볼넷도 1개를 내주며 1실점했다. 깔끔하게 막았다는 느낌이 덜했다.
바티스타의 스피드는 익히 알려져 있다. 그는 "어릴 적에는 161~164km까지 던졌다. 지금도 154km~157km까지는 충분히 던질 수 있다"고 자신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바티스타의 직구 평균 구속은 152.5km. 슬라이더로 분류된 컷패스트볼도 142.3km에 달했다. 팔 각도 자체는 타점이 높지 않지만 198cm 장신으로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는다. 경기 종반 나오는 마무리이기 때문에 상대하는 타자 입장에서는 강속구에 눌릴 수밖에 없다. 9경기에서 8이닝 동안 탈삼진이 무려 16개. 이닝당 2개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커터와 커브도 수준급으로 던진다. 커터의 속도가 웬만한 투수들의 직구 구속을 능가한다. 각도 큰 커브도 최고 136km까지 찍힌다. 직구를 노리는 타자 입장에서 빠르게 휘어가는 커터나 뚝 떨어지는 커브에 당황할 수밖에 없다. LG전에서 바티스타는 삼진 4개를 잡았는데 그 중 3개가 커브를 결정구로 삼은 것이었다. 2008~2009년 최고 외국인 마무리로 명성을 떨친 브래드 토마스와 호흡을 맞춘 바 있는 포수 이희근은 "토마스보다 변화구 종류가 다양하고, 마운드에서 침착함을 갖췄다"고 높은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불안감도 남아있다. 지난 2일 대전 롯데전에서 그 불안감이 처음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날 무사 1·2루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바티스타는 볼카운트 0-2에서 강민호에게 볼 2개를 던지고 볼넷을 줬다. 이어 조성환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한 뒤 황재균에게 2구째 가운데 높은 154km 직구를 던지다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만루홈런을 맞았다. 당시 황재균은 홈런 상황에 대해 "직구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한대화 감독도 "이미 왼쪽 다리를 완전히 열어두고 기다리고 있더라"고 설명했다.
6일 LG전에서도 바티스타는 9회에만 안타 2개, 볼넷 1개로 1실점했다. 김태완에게 2구째 커터, 손인호에게 초구 직구를 던지다 맞았다. 1~2구에 빠른 공으로 승부한다는 것이 어느 정도 노출됐다. 점수차가 여유있기에 망정이었지 타이트한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었다.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고 해도 뻔히 아는 공을 던지면 공략당할 수밖에 없는 곳이 프로 무대다.
정민철 투수코치는 바티스타에 대해 "커터도 좋지만 종으로 떨어지는 커브를 던지면 더 재미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던질 수 있는 공이 많아지면 상대와 수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는 곧 포수의 볼 배합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티스타가 갖고 있는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노련한 볼 배합과 상황에 따른 적절한 등판 시기가 중요하다. 바티스타의 승계주자 실점률은 37.5%(3/8)이며 득점권 피안타율은 2할8푼6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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