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성공과 실패, 끝나지 않은 레이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8.07 07: 03

"김성근 감독이 많이 좋아하겠어".
요즘 야구계에서 자주 들려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있다. "김성근 감독이 많이 좋아하겠다"는 게 바로 그것이다. 지난해 7월말 SK는 LG와 4대3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그때 SK에서 내보낸 선수가 바로 지금 LG 토종 에이스가 된 박현준이다. 박현준뿐만 아니라 윤상균과 김선규도 쏠쏠한 활약을 하며 시즌 중반까지 LG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SK의 3위 추락과 함께 "김성근 감독의 최대 실수"라는 수군거림이 많았다.
그런데 후반기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LG에서 받아온 SK 선수들이 후반기부터 거짓말처럼 맹타를 휘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안치용은 후반기 10경기에서 33타수 17안타 타율 5할1푼5리 7홈런 15타점이라는 가공할만한 폭발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제 SK에서 없어서는 안 될 절대적인 존재로 거듭났다. 지난해 SK가 LG에서 데려올 때 가장 포커스를 맞춘 선수였던 안치용이 1년이 지난 시점에서부터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안치용뿐만이 아니다. 최동수도 후반기 7경기에서 22타수 7안타 타율 3할1푼8리 1홈런 8타점으로 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부상으로 고생하던 권용관도 1군 복귀전이었던 지난 6일 문학 KIA전에서 결승타를 터뜨렸다. SK는 후반기 7승3패로 선전하고 있다. 물론 올해 벌써 11승을 거둔 두 자릿수 승리투수 박현준에 비할 바가 아니다. 박현준이 만 25세 한창 투수라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LG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트레이드"라는 평가는 부분 수정됐다.
지난달 31일 트레이드 마감 3시간 전에 전격적으로 성사된 넥센발 트레이드도 그렇다. LG는 17연패에 허덕이던 투수 심수창과 만년 거포 유망주 박병호를 내주는 조건으로 수준급 불펜 요원 송신영과 유망한 선발 김성현을 받는 2대2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상당수 전문가들이 LG에 손을 들었다. "불펜과 선발로 1군 투수 2명을 받아온 것만으로도 투수가 약한 LG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는 평가. 그리고 이 트레이드에서 4명의 선수 중 가장 낮은 가치가 책정된 선수가 박병호였다. 그도 그럴 게 트레이드 전까지 박병호는 시즌 타율 1할2푼5리, 1군 5시즌 통산 타율 1할9푼에 불과한 타자였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박병호의 활약이 가장 두드러진다. 트레이드 후 이제 겨우 5경기. 하지만 활약상이 심상치 않다. 5경기에서 19타수 7안타 타율 3할6푼8리 2홈런 4타점. 지난 5~6일 목동 두산전에서 2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렸다. 2개 모두 우측으로 밀어친 힘의 타격이었다. 안타 7개 중 홈런과 2루타가 2개씩 될 정도로 장타력이 돋보인다. 고질적인 거포 부재에 시달리고 있는 넥센에게 박병호는 큰 희망이 될 수 있다. 아직 판단을 내리기는 이른 시기이지만 초반 단추를 잘 꿴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프로 초창기였던 1986년 트레이드된 경험이 있는 롯데 양승호 감독은 "트레이드는 지금 당장 결과를 모른다.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나는 트레이드된 뒤 부상으로 일찍 그만뒀지만 트레이드된 상대는 4년 연속 우승을 하더라"며 씁쓸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 맞상대가 바로 한화 한대화 감독. 한 감독은 "이광환 당시 코치님이 연수를 떠나면서 절대 나를 트레이드시키지 말라고 하셨다. 하지만 이미 OB에서는 의욕을 많이 잃은 상태였다"고 털어놓았다. 연봉 계약 문제에 김성근 감독과 불화로 OB에 마음이 떠나있었던 한 감독은 해태 이적 후 마음을 다잡았다. 한 감독은 "선수와 팀마다 맞는 궁합이 있다"고 했다. 트레이드의 성패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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