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키치, "퍼펙트? 내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냐"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8.07 11: 02

야구에서 퍼펙트 게임의 확률은 얼마나 될까. 올해로 30년을 맞은 한국프로야구에서 아직까지 퍼펙트가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을 통해서도 그 확률은 매우 낮음을 알 수 있다.
LG 트윈스 좌완 외국인투수 벤자민 주키치(29)가 지난 5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서 퍼펙트 게임 달성 8부 능선을 넘지 못하고 아쉬운 웃음을 지어야 했다.
주키치는 이날 한화를 상대로 8회 2사까지 퍼펙트 행진을 달렸다. 말 그대로 1회부터 8회 2사까지 안타, 사사구 등 어떠한 형태로도 타자들을 1루 베이스에 출루시키지 않았다. 특히 이날 경기 흐름이 주키치의 퍼펙트 달성이 이뤄질 것 같았다.

6일 경기 전 만난 이대형은 "흐름이 꼭 퍼펙트 게임이 되는 것처럼 흘러갔다"며 선수들이 경기를 하면서 느낀 점을 밝혔다. 박종훈 LG 감독도 "경기 중반에 흐름은 그런 분위기였다. 그러나 기록 달성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작 당사자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하루가 지난 뒤 만난 주키치는 "막상 안타를 맞고 경기 직후에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 보니 아쉽지 않았다"면서 "퍼펙트는 내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경기가 아니었다"며 웃었다.
▲내야수들이 도와줬기에 가능했던 흐름
먼저 주키치는 "내야수들의 호수비가 있었기에 8회 2사까지 퍼펙트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LG는 2루수 김태완, 유격수 박경수, 3루수 정성훈, 1루수 서동욱 등 모든 내야수들이 120% 수비를 선보이며 주키치를 도왔다.
2루수 김태완은 5회 1사 후 가르시아의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점프하며 잡아낸 데 이어 3루수 정성훈도 6회 이대수의 직선 타구 때 있는 힘껏 점프하며 글러브 속으로 끌어 넣었다.
주키치도 "매 순간순간마다 내야수들의 호수비가 이어졌기 때문에 나 역시도 퍼펙트 생각을 하기도 했다. 특히 정성훈의 수비는 정말 인상적이었다"면서 "너무 기뻐서 덕아웃으로 들어가던 그의 엉덩이를 때렸다"며 미소를 지었다.
▲퍼펙트는 심판도 나와야 가능
주키치는 또 "6회 1사 후 신경현의 투수 앞 땅볼 때 1루심의 도움도 있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신경현의 타구를 잡은 주키치는 1루에 원바운드로 공을 던지자 서동욱이 온 몸으로 공을 잡았다. 그러나 공을 잡는 동작에서 오른발이 베이스를 떴고, 그 사이 신경현이 1루를 밟았으나 1루심은 아웃을 선언했다.
꼭 1년전 메이저리그에서 퍼펙트게임을 앞둔 아르만도 갈라라가의 반대된 상황이다. 지난해 6월 4일 갈라라가는 코메리카파크에서 열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전에서 선발 등판해 9회 2사까지 퍼펙트 행진을 달렸다. 이제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하나였다.
그러나 클리블랜드 9번 제이슨 도널드의 땅볼 타구를 1루수 미겔 카브레라가 다이빙캐치로 잡아낸 뒤 베이스 커버를 한 갈라라가에게 토스를 했다. 디트로이트 선수들은 모두 두 손을 치켜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베테랑 심판 짐 조이스는 세이프를 선언했다. 도널드의 발이 빨랐다며 내야안타가 주어진 것이다.
 
그렇지만 느린 화면으로 확인한 결과 이는 명백한 오심으로 드러났다. 어쩌면 생애 다시 잡지 못할지도 모르는 퍼펙트 경기는 그렇게 신기루가 됐다.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은 갈라라가는 트레버 크로를 3루 땅볼로 처리하며 1안타 완봉승에 만족해야 했다.
주키치 역시 "갈라라가는 아웃이었는데 세이프 판정을 받은 반면 난 세이프였지만 아웃 판정을 받았다"면서 "이런 부분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비록 퍼펙트 게임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주키치는 "갓 태어난 아들과 아내가 기뻐했고, 나 역시도 다음 등판에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아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며 웃음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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