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더 짧게.'
'최고령 타자' KIA 이종범(41)이 좀더 짧은 변신을 시도했다.
이종범은 지난달 29일 광주 넥센전부터 7일 문학 SK전까지 9경기 연속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사이 이종범은 3할6푼7리의 타율을 기록했다. 홈런 1개 포함 11안타에 3타점 6득점 4볼넷을 얻어냈다. 삼진은 5개에 불과했다.

시즌 개막전에 선발 출장했던 이종범이었다. 그러나 이후 선발과 교체를 반복하며 경기에 출장했다. 체력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두터운 선수층이 있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로페즈를 비롯해 김상현과 최희섭 등 주축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결국 이종범이 선발 타순에서 매일 필요할 시기가 왔다.
이를 위해 이종범은 '더 짧은 방망이'로 무장했다.
▲짧게 더 짧게
이종범은 최근 상승세에 대해 직접 방망이를 잡는 시범을 내보였다. "33인치 배트를 쓰는데 손잡이에서 내 손마디 정도를 띄어서 잡는다"는 그는 "원래 짧게 쥐었지만 더 짧게 올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종범은 "빠른볼에 대처하는 능력을 올리고 떨어지는 배트스피드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그렇게 했다"면서 "자세를 더 낮추고 임팩트 순간 스피드를 집중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 이종범은 올 시즌 전부터 이미 방망이를 짧게 쥐었다. 하지만 선발 라인업에 계속 이름을 올리면서 좀더 짧게 쥔 것이었다.
▲어린 선수들도 자신에 맞게 대처했으면
이종범은 어린 선수들에게 방망이를 쥐는 요령도 조언했다. "어린 선수들이 요즘 대처 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는 이종범은 "헤드 부분의 중심에 볼을 정확히 맞혀야 강한 타구가 나온다"면서 "그래야 범타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범타는 타구가 약하거나 수비하기에 편하기 때문에 나온다"는 이종범은 "본인 체형에 맞고 타격 스타일에 맞춰서 방망이를 잡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종범은 "짧게 쥐면 약간 타이밍이 늦더라도 빨리 돌아나오기 때문에 파울이 많아진다. 길면 원심력 때문에 늦어진다"고 말했다.
결국 이종범은 살아남기 위해 좀더 짧게 쥐면서 대처 능력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것이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잠실 두산전에서 4안타를 날렸고 지난 5일 문학 SK전에서는 시즌 3호 홈런을 작렬시켰다.

▲최고참으로서의 책임감
황병일 KIA 수석코치는 이종범의 최근 상승세를 마인드에서 찾았다. 황 코치는 "선수들이 아프기 시작하면서 고참으로서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면서 "기술적인 변화보다는 최고참으로서 느끼는 책임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대한 컴팩트하고 짧은 거리로 볼을 때리기 위해 본인도 노력 중이지만 코치들도 주문하고 있다"며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한 황 코치지만 "그보다는 멘탈이 더 지배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또 황 코치는 "개인적으로 선발 출장하는 데 쉬지 않고 나가줘 고맙다"면서 "고관절 쪽이 좋지 않은데도 참고 '나가겠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변화가 있는 것"이라며 이종범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종범이 선발로 나선 9경기에서 한 번도 출루하지 못한 경우는 지난 4일 잠실 두산전 뿐이었다. 나머지 8경기에서는 어떻게든 출루, 상대 배터리를 흔들어 놓았다. 지난 7일 문학 SK전에서는 시즌 첫 도루까지 성공시켰다.
짧아진 배트 만큼 이종범의 선수 생명은 더욱 길어지고 내실까지 다져지고 있다. 7일 KIA는 SK를 6-1로 완파하고 2위 자리를 수성했다. 대신 중심타자 이범호가 오른 허벅지 근육 파열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종범의 책임감은 한층 더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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