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들의 방문' 프로야구 중흥기 최고의 기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8.08 11: 00

10일 간격으로 잠실구장에서 진풍경이 연출됐다. 그룹 오너들이 직접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을 격려한 것이다.
지난달 29일 잠실 삼성-LG전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예고없이 경기장을 방문했다. 이재용 사장 앞에서 삼성은 4연승을 질주했고, 이 사장은 선수단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격려한 뒤 태블릿 PC 갤럭시탭 50대를 선물했다. 이어 지난 7일 잠실 한화-LG전에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갑작스럽게 경기장을 찾았다. 김 회장이 보는 앞에서 한화는 2연승을 달렸고, 김 회장은 경기 종료 뒤 선수단을 격려하며 금일봉을 전달했다.
한국시리즈 같은 큰 경기가 아닌 페넌트레이스에서 그룹 오너가 경기장을 찾아 따로 격려하는 건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것도 모두 사전 예고없이 즉흥적으로 찾았다. 이재용 사장은 2006년 한국시리즈 이후 5년 만이었고, 김승연 회장은 2003년 올스타전 이후 8년만의 야구장 방문이었다. 프로야구 흥행 몰이와 함께 그룹 오너들의 야구단에 대한 관심도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재계 그룹간의 경쟁이 그라운드로 옮겨진 모양새다.

삼성과 한화뿐만이 아니다. 남다른 야구 사랑으로 익히 알려진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수시로 잠실 홈구장을 찾을 뿐만 아니라 경기장을 찾지 못할 때에는 중계로 LG 경기를 지켜본다.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도 2009년 김경문 전 감독의 승용차를 바꿔준 일화로 유명하며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한국시리즈 때마다 VIP석 대신 일반 관중석에서 팬들과 한데 어울리는 것을 즐긴다. 제9구단을 창단한 NC 다이노스도 김택진 구단주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이처럼 그룹 오너들이 그라운드 전면에 나타나고 있는 건 긍정적이다. 야구계로서는 더없이 환영할 만한 일이다. 프로야구는 지금 최고의 중흥기를 보내고 있다. 8일까지 프로야구는 총 관중 479만9381명을 동원했다. 현재 페이스라면 산술적으로 705만2724명의 관중 동원이 가능하다. 최초의 600만을 넘어 700만 관중까지 동원할 수 있는 페이스. 명실상부한 국민 대표 프로스포츠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한때 프로야구단이 애물단지 취급받던 때가 있었다. 2007년말 현대 유니콘스가 사실상 공짜로 시장에 나왔는데도 구매자가 없었던 시절이 엊그제 일이다. 불과 4년 만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었던 데에는 팬들의 열기가 가장 컸다. 야구인기 상승과 함께 오너들 역시 프로야구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로 올 시즌 초반 한화가 극심한 부진 속에 여론의 뭇매를 맞자 김승연 구단주가 그룹 차원에서 개혁을 단행했다. 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을 정기적으로 경기장으로 내보내 단체응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야구단을 통해 그룹의 일체감을 높였다. 그룹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는 사실에 선수단도 더 힘을 내고 있다. 팬들에게 그룹 이미지 호감도도 높였다.
그러나 아직 한국프로야구는 여전히 자생적인 능력이 떨어진다. 대다수 구단들이 홍보 효과에 의존할 뿐 흑자 구조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과 관심을 이끌어낸다면 야구단의 가치를 드높일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 단순한 홍보 효과뿐만 아니라 프로야구단을 하나의 상품화할 수 있는 기회. 오너들의 연이은 야구장 방문은 그래서 최고 인기를 달리는 프로야구에 큰 호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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