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트레이드의 결과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최근 SK 안치용과 넥센 박병호처럼 뒤늦게 잠재력을 터뜨리는 선수들이 주목받고 있다. '일방적인 트레이드'라는 평가 속에서 팀을 옮긴 이들이 보란듯 맹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한화 외야수 김경언(29)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6월 장성호가 포함된 3대3 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KIA에서 한화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김경언이 뒤늦게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새로운 활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경언은 지난 7일 잠실 LG전에서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개인 통산 1호 그랜드슬램을 폭발시켰다. LG 투수 임찬규의 몸쪽 높은 117km 커브를 놓치지 않고 제대로 잡아당긴 것이 만루홈런으로 이어졌다. 이날 경기뿐만이 아니다. 지난 4일 대전 롯데전에서도 김경언은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지난 2005년 8월30일 이후 5년 넘게 홈런이 없었던 그가 한 주에 2개의 홈런을 몰아친 것이다.

홈런이 전부가 아니다. 6월 이후 65경기에서 65타수 22안타 타율 3할3푼8리 2홈런 8타점 10볼넷 10삼진을 기록하고 있다. 7월 이후로 한정하면 13경기에서 27타수 10안타 타율 3할7푼 2홈런 6타점 6볼넷 6삼진. 한화 팀 내 가장 꾸준한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는 타자가 바로 김경언이다. 카림 가르시아가 들어온 뒤 2군에도 한 차례 다녀왔지만 다시 1군에 올라온 뒤 자리를 잃지 않고 살아남았다.
김경언은 "최근 타격폼을 많이 바꿨다. 예전에는 앞으로 나가 맞히는 스타일이었다면 최근에는 무게중심을 뒤에 받쳐 놓고 치는 스타일로 바꿨다. 감독님께서 뒤에서 받쳐 놓고 치라고 주문하셨다"고 설명했다. 최근 장타력이 증가한 것도 두 발을 고정시키고 힘을 제대로 싣는 타격을 한 덕분이다. 경남상고 시절 호타준족으로 명성을 떨쳤던 그때 그 모습을 어느 정도 찾아가고 있다.
지난해 트레이드 당시에만 하더라도 김경언은 주목받지 못하는 선수였다. 당시 KIA 2군도 아닌 3군으로 전력 외로 분류됐다. 하지만 한대화 감독은 동국대 감독 시절 경남상고 외야수 김경언을 잊지 않았다. "원래 고등학교 때부터 배트에 공을 맞히는 자질이 있는 선수였다. 그런데 KIA에서 자리가 없어 의욕을 잃고 포기하고 있었다. 기본적인 야구 자질을 갖고 있다"는 것이 한 감독의 말이었다.
한 감독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김경언은 "KIA에서는 허리도 좋지 않았고 의욕도 많이 없었다. 당연히 1군에서 뛰고 싶은 게 선수 마음이다. 트레이드가 내게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올해 김경언은 2006년(73경기) 이후 가장 많은 64경기에 나오고 있다. 그저 그렇게 묻힐 뻔했던 선수가 트레이드를 통해 살아났다. 장성호 트레이드의 숨은 주역으로 자리매김한 김경언. 어쩌면 이것도 야왕의 한 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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