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한화 '슈퍼루키' 유창식(19)은 시즌 초반 의기소침했다. 프로라는 무대가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몸 상태에 자신이 없었다. 고교 시절 무리한 여파 탓인지 어깨에 염증이 생겼다. 다른 선수들이 한창 몸을 만들 때에도 그는 재활훈련에 몰두해야 했다. 시즌 초반에도 2군에 머물렀다. 동기 임찬규가 LG 마무리 투수로 승승장구할 때 2군에서 뙤약볕 아래 자신과의 싸움을 벌여야 했다. 7억원이라는 거액의 계약금은 액수만큼 무거운 짐이 됐다.
하지만 요즘 유창식은 여유를 찾았다. 일단 웃음이 많아졌다. 그는 "코치·선배님들이 편하게 하라고 말씀하신다"고 말했다. 몸 상태도 많이 좋아졌다. 2군에서 꾸준하게 몸을 만들었고, 1군에서도 여유있는 상황에서 등판하며 컨디션을 조절했다. 한대화 감독과 정민철 투수코치는 어린 그에게 너무 막중한 부담을 주지 않으려 했다. 한 감독은 "기대를 너무 많이 하면 안 된다. 그러면 선수가 부담을 많이 갖는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수"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중요할 때 유창식은 자신의 잠재력을 터뜨렸다. 에이스 류현진이 왼쪽 등 견갑골 통증 재발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돼 재활군으로 내려갔다. 한대화 감독은 때가 됐다고 판단해 유창식에게 선발 기회를 줬다. 7월부터 꾸준하게 좋은 모습을 보였고 구위를 많이 끌어올렸다. 유창식 본인도 "이번 기회는 놓치고 싶지 않다. 밸런스나 제구가 초반보다 많이 좋아졌다. 피하지 않고 정면승부하겠다. 이번에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전의를 드러냈다.
지난 7일 잠실 LG전. 정확히 3개월 만에 찾아온 선발 기회를 유창식은 놓치지 않았다. 1회 볼넷 2개에 이병규과 조인성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2실점했다. 하지만 선배들이 공수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방망이로 화끈하게 지원하고, 수비로 뒷받침했다. 3회까지 안타 4개와 볼넷 3개로 3실점했지만 4회부터 안정감을 찾았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4km까지 나올 정도로 좋아졌다. 4~5회 2이닝에 안타 하나 맞았을 뿐 공 20개로 승리투수 요건을 채웠다.
두 번째 선발등판 결과는 5이닝 6피안타 3볼넷 2탈삼진 4실점. 총 투구수는 82개에 직구 최고 구속은 144km가 나왔다. 팀 타선의 폭발 속에 데뷔 첫 승리를 선발승으로 장식했다. 임찬규(LG·6승) 임현준(삼성·2승) 윤지웅(넥센·1승) 등 올해 데뷔한 투수들이 거둔 승리는 모두 구원승. 올해 신인 투수 중 유창식이 가장 먼저 그리고 유일하게 선발승을 따낸 것이다. 흔치 않은 기회를 유창식은 잘 살렸다.
유창식은 1군에 다시 올라온 뒤 "다시는 2군에 내려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한대화 감독은 "그거 어디 지 맘인가?"라고 했지만 요즘 하는 걸로 봐서는 2군으로 내려갈 일은 없을 듯하다. 두 번째 기회를 놓치지 않은 유창식에게는 다음 선발 등판 기회가 기다리고 있다. 아직 부족한 게 많지만 그는 첫 승리를 통해 프로에서도 할 수 있다는 진짜 자신감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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