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가 훨훨 날고 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포항 스틸러스(10승7무3패, 승점 37)가 선두 전북 현대(13승4무3패, 승점 43) 추격에 시동을 걸었다.
전반기 막바지부터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던 포항이 지난 6일 부산 아이파크를 3-2로 물리치며 반전에 성공했다. 지난 2009년 2-1로 승리한 뒤 6경기만의 부산전 승리. 자칫 잘못하면 징크스로 굳어질 수 있었던 상황에서 의미 있는 승리였다. 최근 FA컵 8강전에서 FC 서울을 4-2로 꺾으며 얻었던 자신감이 공고해지는 순간이었다.
포항이 살아난 비결은 치열한 주전 경쟁. "주전은 없다"는 황선홍 감독의 지론에 따라 매 경기 달라지는 선발 라인업이 달라졌다. ‘주장’ 김형일도 과감히 선발에서 배제하는 모습에 어린 선수들의 경기력이 살아났다. 승부조작 파문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김정겸의 빈자리를 채운 김대호, 중앙 수비수로 조금씩 자리 잡고 있는 김원일이 주전 경쟁을 통해 얼굴을 알린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하니,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팀이 됐다. 일부 선수들의 부상 혹은 징계에도 변함없는 경기력을 발휘한다. 황선홍 감독이 그토록 원하던 일관된 황새표 축구를 보여줄 수 있는 팀이 된 셈이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부산전에서 실책이 속출한 것도 같은 맥락. 그러나 활력이 넘치는 분위기는 정상에 오른 2009년에 비할 수준이라는 평가다.
포항이 살아나자 K리그 선두 쟁탈전은 다시 예측할 수 없는 혼전이 됐다. 전북이 승점 6점 차이로 앞서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양 팀의 맞대결이 21일 한 차례 남은 만큼 뒤집기도 충분히 가능하다. 황선홍 감독은 "이제 10경기가 남았다. 전북을 추격할 수 있는 복안은 가지고 있다. 승리를 위해 혼신을 발휘할 때"라며 "이길 경기를 놓치지 않겠다. 매 경기 결승이라고 생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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