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매우 흥미진진하고 생동감이 넘치는 스포츠다. 150km가 넘는 공을 투수들은 있는 힘을 다해 던지면 타자들을 그 공을 노려 배트에 맞춘다. 수비수들은 또 그 타구를 잡으려고 온 몸을 날린다. 베이스에 나가 있는 주자들은 또 득점을 올리기 위해 젖 먹던 힘을 다해 홈플레이트를 향해 돌진한다. 포수는 또 주자의 득점을 저지하려고 온 몸으로 막는다.
상상만해도 역동성이 느껴지는 야구. 그러나 8개구단 선수들과 감독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이구동성으로 "부상"이라고 대답한다.
올 시즌 프로야구도 부상 때문에 시름하는 선수들과 감독들이 많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부상은 부상을 낳아 연쇄적인 부상, 즉 부상 도미노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시즌 초 상승세를 타며 5월까지 줄곧 2위 자리를 지킨 LG 트윈스는 주전 유격수 오지환의 오른손 부상을 시작으로 이진영의 어깨부상, 이대형의 어깨와 복사뼈 부상, 이택근의 허리 부상, 박경수의 손목부상이 이어지면서 6월 한때는 주전 타자 절반 이상이 전력에서 이탈한 적이 있었다.
다행히 LG는 후반기 들어 이택근을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1군에 복귀해 전력을 재정비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KIA가 부상 때문에 깊은 시름을 하고 있다.
2위 KIA 타이거즈가 주전 선수들의 잇단 부상에 위기에 처했다. KIA는 7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전에서 3루수 이범호가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며 4주 진단을 받았다. 문제는 이범호 뿐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즌 초 'LCK포'라는 이름으로 이범호-최희섭-김상현 모두가 부상으로 이탈했다. 1루수 최희섭은 오른 발가락 부상을, 좌익수 김상현은 왼 광대뼈가 함몰됐다. 이 뿐이 아니다. 주전 유격수인 김선빈은 타구에 얼굴을 맞아 콧등이 내려 앉았다. 중견수 이용규도 투구에 무릎을 맞았고, 2루수 안치홍도 허리 통증을 호소했지만 라인업에 복귀한 상태다.
그렇다면 왜 부상은 나오는 팀에서 꼬리를 물고 계속해서 나오게 되는 것일까.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다 부상을 당했기 때문에 이유를 찾는다는 것은 무리수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모 구단 트레이너는 8일 OSEN과 전화통화에서 "최선을 다하다 부상을 당하면 방법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한 선수가 부상을 당하면 나머지 선수에게 과부하가 걸리게 된다"며 연쇄 부상의 이유를 꼬집었다.

▲최선을 다하다 당하는 부상 막을 법이 없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은 '승리'라는 목표 하나다. 모든 선수들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부상을 당하게 된다.
실례로 LG와 KIA 선수들이 당한 부상을 살펴보자. 먼저 LG 오지환은 타격을 하다 손바닥에 통증을 호소했다. 이진영은 홈런성 타구를 잡아 어깨를 다쳤다. 이대형은 상대 투수의 공에 맞아 금이 갔고, 이택근은 전력 질주로 공을 잡다 허리에 통증이 생겼다. 박경수도 인조잔디 위에서 다이빙캐치를 시도하다 손목에 염증이 생겼다.
KIA 역시 김선빈은 잘 맞은 타구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다 얼굴을 맞았고, 김상현은 투구에 얼굴을 맞았다. 최희섭은 스윙을 하다 자신이 친 타구에 맞았고, 이범호는 베이스러닝 도중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즉, LG와 KIA 부상을 당한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부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과부하가 연쇄부상의 원인
올 시즌 프로야구는 팀당 133경기를 치른다. 선수들은 가끔 "133경기 전경기 한번 뛰어 보실래요?"라며 이야기한다. 그 만큼 피곤하고 힘들다는 뜻이다.
그런데 동료 주전 선수가 부상을 당할 경우 팀 전력은 일단 약해진다. 그럴 경우 박빙의 상황은 자연스럽게 더 많아지고 이들은 경기 후반에 교체되거나 휴식을 가질 기회는 줄어든다. 자연스럽게 경기 출장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KIA 이범호는 지난주에 유격수로 선발 출장했다. 주전 유격수 김선빈이 부상을 당했고, 이현곤 마저 체력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날 경기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 주루 플레이를 할 때 문제가 생겼다. 수비 위치 이동이 부상의 주된 원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모 구단 트레이너는 "김선빈이나 다른 선수들이 정상적으로 있었다면 이범호는 부상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주전이 빠지면 다른 선수들이 피로하게 된다. 경기 중반에 교체도 가능하지만 교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부상의 원인에 대해 "피로나 근력이 약해지거나, 준비 운동이 부족해서 일어나기도 한다"면서 "KIA의 경우 인조잔디에서 경기를 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피로도나 컨디션 조절에 확실히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방지 또는 예방 방법은?
그렇다면 부상 방지법은 없는 것일까. 트레이너는 "베이스러닝이 아닌 다른 경우에는 환경적인 부분으로 볼 수 있는데 야구는 위험성이 많은 운동이다. 공이 빠르고 타격을 할 때 타구 역시 위험하다"면서 "선수로서 최선을 다하기 보면 부상을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 시즌의 경우 팀들마다 순위경쟁이 치열하다. 이 때문에 오는 집중도가 크기 때문에 코칭 스태프는 선수들의 부상을 알면서도 교체시키지 못한다. 수비 위치 변동도 별것이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선수들이 사용하는 근육이 달라지기 때문에 부상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선수층이 얇기 때문에 그를 대신할 선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트레이너들의 애로사항은?
트레이너들은 경기 전후로 계속해서 선수들의 몸을 마사지한다. 재활 및 보강훈련도 빠뜨리지 않는다. 자신의 몸보다도 선수들의 몸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직업이다. 그러나 이들도 부상을 막을 순 없다는 것이다.
투수들의 경우는 어깨나 팔꿈치 상태를 세심히 다루기 때문에 타자들에 비해 관리가 수월하다. 그러나 타자들의 경우 햄스트링 부상은 컨디션 조절로 수위를 조절할 수 있지만 선수들이 이를 숨기고 뛰다 보면 방법이 없다. 가끔은 트레이너들은 조절을 시키고 싶지만 상황이 그렇지 못한 때도 일어난다.
그는 "감독이나 코치에 제의를 하기가 쉽지 않다. 선수 본인도 부상이 오기 전까지는 예상을 못한다. 자신의 역할과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말을 하지 못한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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