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최종병기 활'(이하 활, 김한민 감독, 10일 개봉)이 개봉 전부터 입소문을 타고 있다. 올 여름 100억원대 한국 블록버스터의 마지막 작품인 '활'은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사극 블록버스터로 예리하면서도 강렬한 '활의 액션'을 보여주는 작품이란 기대를 심어준다.
무엇보다도 '활'의 미덕은 이 같은 관객들이 원하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라는 점이다. 관객들이 여름 블록버스터에서 원하는 시원한 속도감과 액션, 그리고 제목에서 느껴지는 토속적인 '활'의 정서가 올 여름 차별화된 액션 블록버스터로 탄생했다.
줄거리은 간단하다. 남자 주인공은 한 가지 목표를 갖고 영화내내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청나라 정예부대에게 끌려간 여동생을 구출하는 것. 사랑하는 한 사람을 구출하기 위해 벌이는 남자의 고군분투 모험담이 영화의 큰 줄기다. 여기에 목표는 같지만 다른 이유를 가진 한 남자가 더해진다. 한 남자에게는 사랑하는 동생이고, 다른 한 남자에게는 사랑하는 아내가 된다.


영화는 주인공에 맞서는 청나라 정예부대 인물들에게도 드라마를 부여하며 보다 탄탄함을 다졌다. 청의 명장 쥬신타만 보더라도 극중 주인공들을 위협하는 악역이지만, 그 역시 사랑하는 사람을 신묘한 활 솜씨를 지닌 남이(박해일)에게 잃은 분노에 가득찬 심장을 지닌 인간이자 남이의 실력에 묘한 경외감을 갖는 한 나라의 훌륭한 장수다. 전쟁이란 이름속에 서로를 죽여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설득력을 지닌 악역이란 점에서 류승룡은 앞서 그가 분한 '고지전' 속 인물과도 일맥상통한다.
다른 이유로 추격전을 벌이는 주인공의 조력자 역시 영화에서 하나의 메시지가 된다. 김무열이 분한 서군이란 인물은 오매불망 사랑하던 여인과 드디어 혼례식을 치르는 날, 그 여인이 적군에게 잡혀가 위험을 무릅쓴 모험담에 뛰어들게 된다.
아내가 잡혀가자마자 한복을 입은 '샌님'같았던 청년은 무인의 핏줄임을 입증하며 입체적인 캐릭터로 변신한다.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린다는 로맨티스트란 점에서 더욱 여심을 흔든다.
서군이 청나라에 잡혀가는 사람들을 한 명이라고 구하기 위해 나서 홀로 칼을 휘두르며 적군을 대적하는 장면은 영화 속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히는데, 뮤지컬과 방송, 영화 등 전방위에서 활동하는 김무열이 몇 개월간 무술팀과 심혈을 기울여 훈련한 결과 완벽한 액션 장면들을 완성했다. 부드러움과 남성적 매력이 공존하는 그는 특히 영화 속에서 활이 아닌 칼로 차별화점을 지닌다.
영화의 줄거리는 멜 깁슨 감독의 '아포칼립토'를 연상케 한다는 반응도 있지만, 영화는 액션 사극이라는 장르 속에서 한(恨)의 정서를 풀어내며 단순한 추격전 이상의 것을 전달한다. 조선 최고의 신궁 남이로 변신해 활을 쏘고 절벽을 타는 박해일의 연기 또한 볼만하며 무엇보다도 곡사, 애깃살, 둥근 부채살 등 쉽게 접할 수 없던 '활'의 매력이 스크린을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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