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게 던져도 150km 이상의 빠른 공이 나오지 않아요. 정말이에요".
두 달 가까이 승리 없이 4패만 떠안았다. 그 기간 동안 27이닝을 던지며 무려 24개의 사사구를 허용하고 말았다. '초보 선발' 이용찬(22. 두산 베어스)이 여름 고비서 도통 제 본연의 투구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용찬은 지난 7일 목동 넥센전서 4⅔이닝 4피안타(탈삼진 4개, 사사구 6개) 1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단순히 실점만 보면 무득점에 그친 타선의 침체가 패전의 원인일 수 있으나 경기 내용면으로는 호투가 아니었다.
특히 5회말 이용찬은 김민우-장기영-유한준-박병호에게 연속 4볼넷을 내주며 강판당했다. 김민우를 1루 견제로 잡아내며 실점은 없었으나 4개의 볼넷을 잇달아 내줬다는 점은 이용찬의 최근 잇단 승리 무산이 제구 난조에 기인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까지 51세이브를 올린 뒤 올 시즌 롱릴리프로 출발했다가 선발로 보직 전향한 이용찬의 시즌 성적은 19경기 3승 7패 평균자책점 4.26(9일 현재) 이닝 당 주자 출루 허용률(WHIP) 1.55에 피안타율 2할7푼4리로 초보 선발투수 치고는 크게 나쁘지 않은 수치다.
그러나 기나긴 우천 휴식 후 7월서부터 이용찬은 점점 무너지고 있다. 7월 한 달간 2패 평균자책점 7.36에 그친 그는 8월 한 달간 2패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하고 있다. 8월 10이닝 동안 내준 사사구는 무려 11개에 달한다.
이용찬이 롱릴리프에서 선발로 이동할 수 있던 이유는 이전보다 덜 밀어던지고 잡아채는 투구를 펼쳤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현장에서 "153km의 직구를 던질 수 있지만 손목을 이용하지 못하고 어깨로 밀어던지는 투수다. 공략이 어려운 투수는 아니다"라는 평을 들었던 이용찬은 직구 위주 투구에서 변형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커브를 적극적으로 구사하며 발전 가능성을 비췄다.
김경문 전 감독은 이용찬의 변화구를 보며 "떨어지는 공을 저렇게 잘 던질 줄은 몰랐다"라고 칭찬했을 정도. 그러나 7일 경기서는 변화구를 던지는 족족 볼 판정을 받았다. 91개(스트라이크 48개, 볼 43개)의 투구수를 기록한 이용찬은 48개의 직구와 43개의 변화구를 구사했다.
43개의 변화구 중 커브가 7개, 슬라이더가 14개, 김선우로부터 배운 변형 체인지업이 22개였다. 그러나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은 공은 20개에 불과했다. 볼이 더 많았다는 이야기. 특히 커브는 단 한 개의 공이 스트라이크로 이어졌다.
우천 휴식으로 인해 어깨 근력을 살렸다기보다 릴리스포인트가 들쑥날쑥했다는 점을 의미하는 기록이다. 예전의 투구 밸런스를 100%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투구감까지 좀처럼 찾지 못한 것이 이용찬의 최근 부진 원인.
선수 본인도 답답할 노릇. 이용찬은 "올 시즌에는 빠른 공이 나오지 않는다. 일단 직구라도 제대로 날아갔으면 좋겠는데 힘껏 던져도 147~8km 정도다. 제구를 염두에 두고 일부러 힘을 빼고 던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밸런스가 온전치 못한 데 제구까지 안 되니 이용찬의 이마는 절로 내 천(川)자를 그렸다.
더스틴 니퍼트와 김선우만이 제 몫을 할 뿐 페르난도 니에베는 연일 부진했던 데다 팔꿈치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가 있다. 김승회-김상현이 4,5선발 순번을 근근이 메우는 상황인 만큼 이용찬의 쾌투가 절실한 시점이지만 이용찬도 자기 공을 못 던지고 있다.
투타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진 상황에서 원투펀치가 분전한다고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이미 2008년 봉중근-크리스 옥스프링 원투펀치를 보유했던 LG가 보여주었다. 이용찬이 제 위력을 되찾지 못한다면 니퍼트-김선우 원투펀치의 분전은 망망대해의 외로운 무인도처럼 남겨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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