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도 빠르고, 인기도 많고, 야구만 잘하면 참 좋을텐데…"
지난 7일 잠실 한화-LG전. 한화가 3-0으로 리드한 1회 1사 1·3루 찬스에서 7번타자 전현태(25)가 등장했다. 그러나 전현태는 박현준의 5구째 포크볼에 배트가 헛돌아 삼진으로 물러났다. 한대화 감독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고 1회 수비에서 전현태는 이여상으로 곧장 교체됐다. 한 타석만 나오고 수비는 나서지도 못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그만큼 한 감독의 실망감이 컸다는 것이 나타나는 장면이었다.
전현태는 한 감독이 시즌 전 가장 기대를 걸었던 선수였다. 하와이 스프링캠프 때부터 1대1로 펑고를 치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전현태는 시범경기에서 타율 3할7푼8리로 맹타를 휘두르며 한 감독의 기대에 보답하는 듯했다. 한 감독은 팀 내에서 가장 기대되는 타자로 전현태를 꼽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지난 4월2일 롯데와의 시즌 개막전에서는 전현태를 2번 지명타자로 기용할 정도로 높은 기대감을 보였다.

그러나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공수에서 약점을 노출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 57경기에서 54타수 11안타 타율 2할4리 2홈런 10타점 5도루 10볼넷 19삼진. 지난해 100경기에서 타율 2할5리 5홈런 21타점 25도루를 기록한 것보다 처지는 성적이다. 가장 답답한 사람은 한 감독이다. 한 감독은 "뭔 헛스윙이 저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안경이라도 씌워야 하나"라며 답답해 했다. 전현태는 "좌우 시력이 1.2-1.0이다. 안경을 써본 적은 없다"고 했다.
한 감독은 한 가지 일화도 공개했다. "어느날 경기를 마치고 가는데 팬들이 사인을 요청하더라. 그래서 사인을 해주면서 누구 팬이라고 물어봤는데 전현태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웃으면서 '야구나 잘 하라고 전해달라'고 했다"는 것이 한 감독의 말. 한 감독은 "인기가 많으면 당연히 좋은 것이다. 하지만 야구 잘하고 인기 많으면 더 좋지 않겠나. 발도 빠르고, 얼굴도 얼마나 이쁘게 잘 생겼나. 저 발 빠른 녀석이 야구만 센스있게 잘하면 참 좋을텐데…"라며 좀처럼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만큼 전현태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을 뜻한다. 한화는 강동우가 결정력 갖춘 노련한 리드오프로 활약하고 있지만 팀 내 최고령이다. 한 감독도 "지금은 강동우가 잘해주고 있지만 뒤를 이을 마땅한 1번타자감이 없다"며 고민을 드러냈다. 빠른 발을 갖춘 전현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강동우도 "1번타자는 나보다 현태 같은 선수가 낫다"고 했다. 한 감독은 전현태의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외야 전업도 고려했지만 당장에는 쉽지 않다. 재능을 갖추고 있지만 좀처럼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하는 전현태. 한 감독의 속도 타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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