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김상현과 비교한 트레이드後 7일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8.09 06: 50

"박병호? 재능이야 좋지. 그런데 자리가 없잖아. 자리가 없으면 선수는 클 수가 없어".
지난 3월 중순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한창일 때 박병호(25·넥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당시 LG 소속이었던 박병호에 대해 모 감독은 "재능이야 좋다. 그런데 팀에 자리가 없다. 자리가 없으면 선수는 크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 말대로 박병호는 LG에서 자리가 없었고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결국 지난달 31일 트레이드 마감시한 3시간을 남겨두고 팀을 옮겼다. 2대2 트레이드를 통해 넥센 이적. 트레이드된 4명의 선수 중 가장 평가 절하됐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박병호가 복병으로 등장했다. 트레이드되자마자 곧바로 넥센의 붙박이 중심타자로 자리매김한 박병호는 연일 결정타를 터뜨리며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트레이드 당시 일각에서는 "박병호가 김상현처럼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고 했다. 장기매매에 비유될 정도로 일방적인 트레이드를 한 넥센에게 위로하는 뜻처럼 보였다. 그런데 막상 일주일 사이에 박병호는 정말 제2의 김상현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09년 4월19일 김상현은 박기남과 함께 LG에서 KIA로 팀을 옮겼다. 당시 트레이드 대상은 투수 강철민. 8년 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온 김상현은 트레이드 전까지 1군에서 2경기밖에 나오지 않았다. 2경기에서 7타수 1안타 타율 1할4푼3리. 트레이드 전까지 1군 7시즌 통산 타율 2할4푼4리 33홈런 133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당시 LG 3루에는 FA로 영입한 정성훈이 있었고, 2군 유망주에 머물던 김상현의 자리는 없었다.
트레이드되자마자 주전 3루수로 기용된 김상현은 첫 6경기에서 21타수 7안타 타율 3할3푼3리 1홈런 6타점으로 순조롭게 적응해갔다. 트레이드된지 일주일째 되던 그해 4월26일 대구 삼성전에서 시즌 1호 홈런을 그랜드슬램으로 장식했다. 서서히 방망이에 불이 붙기 시작한 김상현은 타율 3할1푼5리 36홈런 127타점으로 환상적인 시즌을 보내며 시즌 중 트레이드된 선수로는 최초로 MVP 영광을 차지했다.
박병호도 트레이드 전까지 1군에서 15경기에 나와 타율 1할2푼5리 1홈런 3타점에 그쳤다. LG 1군에는 자리가 없었다. 1군 5시즌 통산 타율 1할9푼 25홈런 84타점에 머물렀다. 하지만 트레이드된 후 일주일로 따지면 김상현을 능가한다. 6경기에서 22타수 9안타 타율 4할9리 2홈런 5타점. 홈런뿐만 아니라 2루타도 3개로 안타 9개 중에서 5개가 장타다. 볼넷 2개를 얻는 동안 삼진 8개를 당했지만, 2009년 당시 김상현도 첫 6경기에서 볼넷없이 삼진 4개를 당했다.
아직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박병호는 지난해 6월8일부터 13일까지 6경기에서 18타수 9안타 타율 5할 4홈런 11타점으로 대폭발했다. 4경기 연속 홈런으로 아름다운 일주일을 보냈다. 그러나 이후 31경기에서 추가한 홈런은 1개. 하지만 당시 LG와 지금의 넥센은 분위기가 다르다. 박병호는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LG에서보다는 적기 때문에 오히려 부담없이 자신있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호가 정말 '제2의 김상현'이 될 수 있을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야구에도 적용된다.
waw@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