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아이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경향이 있나 보다. 허무맹랑한 거짓말을 한다고 단정하고는 조용히 하라며 다그치기에만 급급하다.
애니메이션 ‘재스퍼’의 주인공 역시 자신이 본 유람선에 대해 아버지 펭귄에게 알렸지만 돌아온 대답은 “말도 안 된다”였다. 오히려 동생 주니어를 돌봐야 하는 벌을 받았다. 그저 본 걸 이야기했을 뿐인데 아무도 들어주려 하지 않았다.
선장의 딸 엠마 역시 유람선에서 펭귄과 카카포를 발견하고는 이를 어른들에 전달했으나 상상 속 친구라며 무시당했다. 블록박사의 야욕을 알게 된 후 이를 막아달라는 요청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된다. 다소 황당하게 들릴지 모를 말을 끊임없이 하는 아이들과 이를 전혀 듣지 않는 어른들. 때문에 아이들은 도움을 받는 대신 악당에 직접 맞서는 선택을 한다. 위험한 걸 알지만 차근차근 계획을 세우고 용감하게 실행한다.
‘재스퍼’는 가볍지 않은 주제의식을 귀엽고 재미있게, 그리고 긍정적으로 표현해 냈다. 여기에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들을 보다 생동감 있게 그려 어린이 관객들의 구미에 맞는 영화를 완성했다.
특히 알에서 부화하기 전부터 호기심이 가득했던 남극 말썽꾸러기 재스퍼와 선장인 아빠를 따라 여행 다니는 착한 어린이 엠마, 멸종 위기의 앵무새이자 비밀요원 카카포, 재스퍼의 남동생 주니어 등 네 친구들이 서로를 도와가며 위기를 헤쳐 가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아는 것도 부족하고 힘도 없지만 순간순간 기지를 발휘해 결국 악당을 물리치는데 성공한다.
멸종 위기의 ‘카카포 알’을 구하기 위해 블록박사에 대항하는 꼬마 요원들의 활약을 담은 ‘재스퍼’. 오는 18일 국내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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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재스퍼'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