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도 완전 많은데 충분히 쉬게 해드리고 싶다".
한화 우완 김광수(30)는 지난달 11일 2대1 트레이드를 통해 정든 LG를 떠났다. 한화맨이 된지도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이미 한화 선수였던 것처럼 오렌지색 유니폼이 잘 어울리는 김광수는 트레이드 후 안정감을 눈에 띄게 찾았다. 이적 전 21경기에서 1승2패6세이브 평균자책점 5.12에 그쳤던 김광수는 한화 이적 후 6경기에서 1승1홀드 평균자책점 1.93으로 호투하고 있다. 최근 5경기·8⅓이닝 무실점 행진.
그런 그에게 지난 7일 잠실 LG전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친정팀' LG를 상대로 잠실구장에서 적이 되어 만났다. 그는 "LG 선수들에게 장난으로 첫 타자는 무조건 맞힌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마운드에 올라가니 기분이 이상하더라"고 털어놓았다. 특히 투포수로서 배터리를 이룬 조인성과 대결은 무척 어색했다고. 그는 "인성이형 얼굴을 보려고 마운드를 반쯤 내려가기도 했는데 쳐다보지 않고 땅을 고르고 있더라"고 떠올렸다.

김광수는 한화 이적 후 가장 달라진 것으로 마음가짐을 들었다. 그는 "현재 우리팀 분위기가 정말 좋다.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정말 편안하게 해주신다"고 말했다. 한대화 감독과 정민철, 문동환 투수코치 모두 김광수가 부담을 덜고 제 공을 던질 수 있게끔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LG에서 김광수는 마무리 투수로 타이트한 상황에 많이 올랐다. 세이브 6개 중 4개가 1점차 상황에서 거둔 것이었고, 그 중 2개가 동점 및 역전 주자가 나가있는 터프세이브.
한화로 온 뒤에는 여유있는 상황에 나서며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코칭스태프도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실제 LG전에서 한대화 감독은 흔들리는 김광수를 위해 직접 마운드에 올라갔다. 한 감독은 "너무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해라. 이 상황을 한 번 이겨보라"고 주문했다. 김광수는 "LG전이라 그런지 나도 모르게 힘이 많이 들어가더라. 감독님의 말씀을 듣고 여유를 찾았다. 감독님께서 4이닝 세이브하는 게 어떻냐고도 말씀하셨는데 정말 감사했다"며 한 감독의 무한한 배려에 몸둘 바를 몰라했다.
김광수는 한화가 내후년도 바라보고 데려온 선수다. 한 감독은 "중간뿐만 아니라 선발도 가능하다. 군입대 선수들이 생기면 김광수가 선발 후보가 될 것"이라며 그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김광수는 "LG에서 선발도 많이 던져봤다. 선발도 좋지만 지금 현재는 중간이기 때문에 그 역할에 더 충실하고 싶다. 지금 우리팀 불펜에서 (박)정진이형이 많이 고생하고 있다. 나이도 완전 많은데 정진이형을 충분히 쉬게 해드리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박정진은 김광수를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김광수도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는 이제 진짜 한화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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