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찬의 한숨, "변화구가 말썽이에요"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8.10 10: 48

"직구 볼 끝은 확실히 나아졌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선발투수는 경기 당 많은 공을 던져야 한다. 그만큼 전력투구 직구만이 아닌 타자의 타이밍을 흐트러뜨릴 수 있는 변화구 옵션이 중요하다. 지난 2년간 51세이브를 올리며 마무리로 활약한 뒤 '초보 선발'로 2011년을 보내고 있는 이용찬(22. 두산 베어스)이 마음 같지 않은 변화구 구사력에 무거운 한숨을 뱉었다.

 
올 시즌 19경기 3승 7패 평균자책점 4.26(10일 현재)을 기록 중인 이용찬은 6월 15일 잠실 넥센전 이후 두 달 가까이 승리를 챙기지 못하고 있다. 4패를 추가로 떠 안으면서 타선 지원도 아쉬웠지만 27이닝 동안 24개의 사사구를 내준 것도 컸다.
 
일단 이용찬은 선발로 뛰면서 '빠른 직구 위주 투수'라는 꼬리표는 떼어냈다. 지난해 마무리 훈련서 김선우로부터 배운 변형 체인지업이 선발 전향 초기 꽤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며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체인지업이 재미를 보자 유인구성 슬라이더와 커브도 '이용찬은 직구'라는 타자들의 선입견을 비웃으며 좋은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그 재미는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 7일 목동 넥센전서 4⅔이닝 4피안타(탈삼진 4개, 사사구 6개) 1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이용찬은 당시 경기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직구는 그래도 그 전 경기들보다 괜찮았어요. 평균 구속도 빨라졌고 제가 느끼기에 볼 끝도 좋아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변화구가 마음대로 제구되지 않더라구요".
 
체인지업이 평소보다 빠르게 변하면서 넥센 타자들을 효과적으로 속이지 못했다. 특히 넥센 타자들은 유인구가 빠르게 변한다 싶으면 스윙을 하려다마는 변죽을 울리는 듯한 전략으로 투수를 흐트러뜨리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지난해 LG에서 뛴 에드가 곤잘레스도 좋은 구위와 싱킹 패스트볼을 지녔으나 넥센 타자들의 이 전략에 완전히 말려버린 뒤 결국 자제력과 제 투구감을 잃고 중도 퇴출되고 말았다.
 
이용찬에게 곤잘레스의 전례를 이야기하자 그는 맞장구를 쳤다. "속지 않으니 자충수에 빠지는 느낌이었다"라고 이야기한 이용찬은 "특히 결정구로 구사했던 슬라이더가 말을 듣지 않아 너무 아쉬웠다"라며 인상을 찌푸렸다. 바뀐 보직으로 시즌을 치르다 잇달아 부딪힌 벽 때문인지 많이 답답했던 모양이다.
 
조계현 투수코치는 이용찬의 최근 제구가 안 좋아진 데 대해 초보 선발로 체력적인 문제에 빠졌다는 견해를 밝혔다. 초보 선발이다보니 변화구가 추진력을 잃고 일찍 떨어진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전지훈련 때 용찬이는 선발이 아닌 계투로서 훈련을 치렀다. 게다가 용찬이는 데뷔 이후 처음 선발로 한 시즌을 치르고 있다. 체력이 선발 시작 때보다 떨어져 있는 만큼 예의주시할 계획이다".
 
더스틴 니퍼트-김선우 외 다른 선발 요원이 확실히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다면 초보 선발 이용찬의 난조는 그저 유망주가 넘어서야 할 벽에 부딪힌 정도로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4강 경쟁권에서 점점 멀어지는 가운데 또다른 외국인 우완 페르난도 니에베는 팔꿈치 통증을 호소 중이고 이혜천, 이현승, 홍상삼 등 선발 요원들은 2군으로 내려가거나 계투 보직에서도 제 실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팀도 급하고 저도 급하고. 몇 경기 째 이기는 경기를 못 펼치고 있으니 저도 답답하네요". 절로 미간을 찌푸린 이용찬의 한숨이 더욱 무겁게 느껴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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