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수창 1승 도우미' 손승락, "10S 보다 약속 지켜 기쁘다"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1.08.10 09: 24

"2년 연속 10세이브보다는 수창이형의 승리가 먼저."
넥센 마무리 손승락(29)에게도 심수창의 선발승은 감동이었다.
손승락은 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원정경기에 마무리로 나가 1⅔이닝을 무실점, 팀의 3-1 승리를 지켜내며 세이브를 올렸다. 그런데 평소와는 달리 덕아웃을 향해 세리머니까지 할 정도로 기쁨을 표시했다.

올 시즌 10번째 세이브.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2년 연속 10세이브로 명실상부한 리그 대표 마무리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이 부문 타이틀 홀더였던 손승락이었지만 올 시즌은 어깨 부상 때문에 뒤늦게 가세, 이제서야 두자리수 세이브에 도달했다.
하지만 손승락에게 이날 경기는 또 다른 의미였다. 18연패에 빠진 심수창의 승리를 지켜내야 했기 때문이었다. 경기 전 "수창이형에게 약속했다. 반드시 내 손으로 형의 승리를 딸테니 지켜보라고 큰소리쳤다"면서 "쉽게는 안줄 것이다. 1~2명은 깔고 나서 줘야 스릴이 있지 않겠나"라고 능청스럽게 말했다.
 
트레이드 되어 온 심수창이 하루라도 빨리 팀에 녹아들 수 있도록 노력했던 손승락이었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심수창의 마음의 짐을 벗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손승락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것이 현실로 됐다. 3-1로 앞선 8회 1사 1루에서 등판한 것도 모자라 9회 이대호와 홍성흔에게 연속안타를 맞고 무사 1,2루 위기에 몰린 것이었다. 순간 손승락은 덕아웃을 바라보고 살짝 웃음을 흘렸다. 마치 계획대로 됐다는 표정이었다. 그리고는 강민호를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냈고 조성환을 삼진, 황재균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해냈다.
손승락은 경기 후 "내가 약속은 했지만 정말 그런 상황이 될지는 꿈에도 몰랐다"면서 "9회 무사 1,2루 때는 이상하게 쓴웃음이 났다. 불안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오히려 자신감이 막 생겨났다. 그래서 덕아웃에 있던 수창이형을 슬쩍 봤다. '나를 보고 있어라. 내가 막아준다'는 뜻이었다. 실점하지 않고 막아낼 자신감이 솟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수창이형에게 약속한 것을 지켜 기분이 너무 좋다"고 기뻐했다.
이어 "작년 3월 27일 같은 장소였던 사직구장에서 롯데 타자를 상대로 마무리 데뷔전을 치렀다. 그 때 정말 떨렸는데 오늘도 마치 그날처럼 떨렸다"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두자리수 세이브가 내게도 의미가 있는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이날은 수창이형의 1승이 더 중요하다"고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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