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차우찬, 여유있게 재활할 수 있는 이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8.10 15: 16

"우찬이형 바보됐어요".
삼성 막내 투수 정인욱이 짓궂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왼쪽 팔을 고정시킨 채 뛰는 시늉을 했다. 에이스 차우찬(24)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차우찬은 지난 5일 사직 롯데전에서 팔꿈치 통증을 느꼈다. 이날 경기 직후 두 차례나 정밀 진단을 받은 결과 활액막염. 왼쪽 팔 삼두박근 부근에 염증이 발견됐다. 치료까지는 2주 정도 시간이 걸릴 전망. 차우찬은 "요즘에는 육상부 다 됐다"며 투구 대신 러닝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전에서 차우찬은 최고의 피칭을 했다. 5회까지 안타없이 볼넷 2개만 줬을 뿐 탈삼진 5개를 잡고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5회까지 투구수도 68개. 노히트노런 행진을 벌이며 위력을 이어갔다. 차우찬 스스로 "올 시즌 들어 직구 구위가 가장 좋은 경기였다"고 할 정도로 좋았다. 그러나 삼성 벤치에서는 이상 조짐을 느꼈다. 류중일 감독은 "4회 변화구를 밋밋하게 던지는 게 보이더라. 5회를 마치고 난 다음 통증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떠올렸다.

차우찬은 "그날 공이 좋았었다. 6~7월 좋지 않았기 때문에 8월부터 내 몫을 하고 싶었다. 욕심이 났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류중일 감독은 "아프면 안 된다. 그만 던져라"고 지시했다. 류 감독은 "눈앞의 한 경기를 잡으려다 더 크게 다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선수에게도 팀에게도 좋을게 없다. 아무리 급해도 선수가 크게 다치면 안 된다. 투수진이 좋은 삼성이라는 팀이기 때문이 아니라 내 생각이 그렇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덕분에 차우찬은 부상을 조기 발견하고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
차우찬도 코칭스태프 배려에 감사한 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더 던졌으면 더 다쳤을 것이다. 복귀도 늦어졌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야구를 하면서 처음 다쳤다. 팔이 잘 굽혀지지 않아 걱정도 많이 했다"며 "병원에서는 뼈·인대·근육 모두 깨긋하다고 한다. 다른 투수들은 팔꿈치 뼈가 웃자라거나 뼛조각이 떨어져 돌아다니는데 나는 손상없이 염증만 있다고 하더라. 감사하는 마음으로 재활하고 있다. 요즘 공을 던질 수 없어 러닝만 하고 있다. 당분간은 육상부"라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류중일 감독도 "3~4일 뒤에는 공을 만질 수 있다지만 절대 무리시키지 않겠다. 선발진이 잘하고 있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우찬도 "다른 선발투수들이 잘하고 있다. 새 외국인 투수 저스틴 저마노도 합류한다. 우리 선발투수들 모두 누구를 탈락시키자는 게 아니라 서로 잘 하자는 마음을 갖고 격려하며 힘을 주고 있다. 지금 내가 부상으로 당분간 빠지게 됐지만, 팀 성적이 걱정된다거나 선발 자리를 잃을까봐 우려되는 건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삼성 마운드는 보직을 가리지 않고 탄탄하다.
차우찬은 "아프면 할 수 있는 게 없다. 빨리 나으면 좋겠지만 그보다는 완벽한 상태로 복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이라는 팀에서 뛰는 건 차우찬에게 큰 행운이다. 차우찬뿐만 아니라 모든 투수들에게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삼성 투수들은 삼성이기 때문에 더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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