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수창, "또 18연패 하려면 2년은 걸릴테니까..."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1.08.10 18: 40

"이제 1승 했는데…"
하루가 지나서 만난 넥센 심수창(30)의 표정은 한층 더 여유가 있어 보였다.
심수창은 10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원정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전날(9일) 18연패를 끊고 786일만에 승리투수가 된 소감을 다시 떠올렸다. 많은 취재진 앞에서 "누가 보면 20연승 한 줄 알겠다. 이제 1승 했을 뿐인데"라며 겸연쩍은 표정을 지은 심수창이었지만 "항상 우울하게 러닝을 했는데 오늘은 뛰는 게 가벼웠다"고 밝게 웃어 보였다.

또 "새벽 3~4시쯤 잤는데 평소보다 잠이 더 안오더라"며 감격을 전하면서도 '혹시 방안에서 울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8개 구단 팬들이 응원을 해줬다. 미니홈피에 적힌 글들을 보면서 힘을 얻었다"고 말하며 금새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히기도 했다.
한편 심수창은 전날 승리를 거둔 데 대한 감사의 뜻으로 선수단에 아이스케이크와 고급 원두커피를 돌렸다. 다음은 심수창과 일문일답.
-하루가 지났다. 기분이 어떤가
▲이제 빛을 좀 본 느낌이랄까. 어둠의 터널을 지난 느낌이다. 그동안 마음 고생을 해서 그런지 10승 때보다 더 기쁜 것 같다.
-경기 후 주위 반응은
▲진심으로 응원과 축하를 해줬다. 룸메이트 (박)병호는 볼 한 개 한 개에 안타까워했다. 포수 허도환은 허벅지 안쪽에 볼을 맞아 시퍼렇게 멍이 들었더라. 고맙고 안스럽고 그랬다. '니가 날 살렸다'고 고마워했다. 휴대폰 문자가 300개 가까이 와 있어서 놀랐다.
-인상에 남은 메시지가 있다면
▲'18연패를 하고도 포기하지 않은데 대해 고맙다. 그런 상황에서 도전했다는데 감동했고 본 받을 만하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사실 부모님께서는 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야구를 그만두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씀도 하셨다. 물론 나중에 아버지께서 할 수 있는데까지 해보라고 하셨지만 나 역시 힘들었다.
-전날 인터뷰 때 할말이 많았나
▲그게 아니라 인터뷰를 2년만에 해서 그런지 끝났는지 몰랐다.
-18연패를 끊은 전후 달라진 게 있다면
▲절실함을 느꼈다. 그 동안 혼신의 힘을 실었는데도 1승이 안됐다. 팬들이 나를 알아보고 '힘내라'고 우울한 표정으로 불쌍하게 봤다. 올스타전을 보면서 '저렇게 홈런을 치라고 던져도 홈런을 못치는데 어떻게 18연패를 할 수 있는가'라고 자책하기도 했다.
-손승락이 덕아웃에 앉아 있을 때 눈이 마주쳤다고 하더라
▲맞다. 8회에도 그랬고 9회에도 그랬다. 그렇게 긴박한 상황에서 나를 보고 믿어달라는 눈빛이 느껴졌다. 승락이가 멋있더라. 내려갈 때 주자없이 깔끔하게 내려갔어야 하는데 그게 걸렸다. 김성태가 와서 '니 손을 떠났으니 동료들을 믿어라'고 하더라. 사실 1회 3점을 뽑았지만 불안했다. 상대가 아니라 나와의 싸움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계속 마운드에 서있게 해주신 김시진 감독님과 정민태 코치님의 믿음에 감사하다.
-이제 앞으로 어떨 것 같은가
▲이제는 홀가분하다. 물론 한 시즌에도 가능하지만 앞으로 18연패를 하려면 2년이 걸리겠구나 생각하니 편해진다. TV를 보는데 내가 18연패 하는 동안 류현진은 30승을 했다더라. 그렇지만 매 경기 절실함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집중해서 던지겠다.
-이제 팀 일원이 됐다고 느껴지나
▲전까지는 약간 서먹한 분위기가 없잖아 있었다. 하지만 어제 경기가 끝나고 나니 선수들의 행동과 마음이 진심으로 느껴지더라. 넥센이 잘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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