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좌측면 붕괴가 부른 삿포로 참사
OSEN 황민국 기자
발행 2011.08.10 21: 21

75번째 한일전은 불운의 연속이었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0일 저녁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평가전에서 0-3으로 완패했다.
2000년대 이후 한국의 일본 원정 첫 패배였다. 패배보다 뼈아픈 것은 그 내용에 있었다. 최근 일본의 상승세를 고려하면 어느 정도 고전은 예상하던 바였지만, 그 정도가 남달랐다.

일본의 장점으로 꼽히는 미드필드의 열세는 당연했고, 우리의 장기인 압박에서도 밀리는 아쉬움을 남겼다. 중원에서 밀리니 수비도 흔들렸다. 상대의 반 박자 빠른 패스에 무너지는 기색이 역력했다.
전반 내내 일방적으로 밀리는 경기를 펼치고도 전반 35분 가가와 신지에게 선제골을 내줬을 뿐, 추가골을 허용하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 후반 8분과 10분 혼다 게이스케와 가가와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일본과 격차를 확인했다. 그야말로 삿포로 참패였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일본 원정에서 2-0으로 승리했던 것과 비교하면 믿을 수 없는 일. 박지성 및 이영표의 은퇴, 이청용의 부상 등 악재가 겹친 것이 원인.
여기에 불운까지 겹쳤다. 좌측면 수비의 붕괴였다. 애초 조광래 감독은 이근호와 김영권의 협력 수비에 큰 기대를 내비쳤지만, 예상하지 못한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김영권이 경기 초반 발목이 돌아가는 부상을 입었다. 전반 23분이라는 이른 시간에 박원재로 교체될 수밖에 없었다.
불운은 이어졌다. 박원재가 투입된 지 3분 만에 엔도 야스히토의 강슛에 얼굴을 맞은 것. 뇌진탕 증세를 보인 박원재는 어떻게든지 경기를 뛰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제 기량을 발휘하기에는 무리였다. 그 과정에서 가가와에게 선제골을 내줬고, 2분 뒤에 박주호와 교체됐다.
이런 상황에서 수비가 정상적인 면모를 보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조광래 감독은 이근호를 공격으로 올리며 변화를 꾀했지만, 상대의 찬스에 순식간에 2골을 내줬고, 결국 1974년 한일정기전 1-4 패배 이후 37년 만의 참패를 받아들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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