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합쳐 24번의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한 좋은 원투펀치 에이스들이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이 그들을 외면하고 지나쳐버리는 빈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두산 베어스의 선발진 원투펀치 더스틴 니퍼트(30)와 김선우(34)의 이야기다.
니퍼트와 김선우는 올 시즌 각각 20경기 9승 5패 평균자책점 2.52(2위, 11일 현재)와 20경기 8승 7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44(9위)를 기록하며 선발진 주축 노릇을 도맡고 있다. 특히 둘은 도합 24회의 퀄리티스타트(니퍼트 13회, 김선우 11회)를 기록하며 제 몫을 하고 있다.

원투펀치 위력과 경기 내용만 따지면 지난 2005년 다니엘 리오스-맷 랜들의 모습 못지 않다. 2007년 리오스 혼자 독보적으로 22승을 따낸 시절이 아니라 넓은 잠실구장과 수비진을 믿고 과감하게 자기 공을 던지던 6년 전 원투펀치 위력과 흡사하다. 2005년과 2007년 두산은 강한 원투펀치의 위력을 기반으로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2011시즌은 다르다. 특히 지난 9~10일 잠실 SK전서 두 선발투수는 잇달아 제 몫을 하며 마운드를 지켰으나 승리와는 인연이 없었다.
니퍼트는 9일 잠실 SK전에 선발로 나서 7이닝 동안 4피안타(탈삼진 6개, 사사구 2개) 1실점으로 호투했다. 그러나 팀 타선이 처음 보는 SK 선발 브라이언 고든에게 7회 1사까지 무득점으로 묶이는 낯가림 타격으로 도와주지 못했다. 그나마 9회말 2득점으로 끝내기 승리를 거두며 패전 위기를 걷어낸 것이 다행이었을 정도.
김선우는 니퍼트보다 더욱 운이 없었다. 특히 김선우는 10일 경기서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으나 이미 8회까지 그는 117개의 공을 던졌다. 고질적인 무릎 통증에 팔꿈치 통증까지 겪었던 김선우는 한계 투구수까지 달하는 경기 내용을 보여줬으나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어깨 부상을 겪었던 정재훈의 몸 상태를 지켜봐야 했고 마무리와도 마찬가지인 노경은이 최근 자주 연투를 한다는 부담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구위가 떨어진 김선우는 결국 연속 안타를 맞고 무사 1,2루에서 정재훈에게 바통을 넘겼다.
승계 주자 부담을 안은 정재훈이 정근우에게 2타점 적시타를 내주며 김선우의 최종 기록은 8이닝 8피안타(탈삼진 5개, 사사구 4개) 5실점이 되고 말았다. 시즌 12번째 퀄리티스타트가 늦은 투수교체 타이밍으로 인해 수포로 돌아갔다.
계투진이 상대적으로 취약해져 좀 더 버티다가 승운이 날아가고 기록에서 손해를 보는 모습은 지난 2008년 LG 원투펀치 봉중근과 크리스 옥스프링과도 흡사했다. 봉중근은 그 해 186⅓이닝을 소화하며 11승(8패)을 올렸다. 그러나 상대 에이스와의 격돌이 많았던지라 승리가 날아가고 타선 지원도 시원치 않았던 적이 많았다.
옥스프링 또한 2008년 174이닝을 소화하며 10승을 올렸으나 10패(평균자책점 3.93)도 기록했다. 옥스프링은 지난 2008년 9월 5일 잠실 두산전서 8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2-0 리드를 지킨 뒤 취약한 계투진으로 인해 결국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가 결국 동점을 내주고 2실점 호투에 만족해야 했던 바 있다.
봉중근과 옥스프링은 팀 전력 열세 속 분전하며 둘 다 10승 이상을 거뒀으나 승운이 따르지 않는 모습을 자주 비추며 LG 팬들의 아쉬움을 샀다. 니퍼트와 김선우의 올 시즌은 들쑥날쑥한 타격 밸런스와 얄팍해진 계투진과 맞물려 3년 전 봉중근-옥스프링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개의치 않고자 하지만 그들도 사람이다. 니퍼트는 "난 선발로 할 일을 했을 뿐이다"라며 아무렇지 않은 듯 훌훌 아쉬움을 털어버리려 노력했다. 김선우는 허탈해하며 "올 시즌 험난하다"라는 말과 함께 헛웃음을 지었다. 승리와 패배에는 내실보다 운이 더 많이 따르지만 기왕이면 제 몫을 했을 때 승리를 따내고 싶은 것이 투수들의 솔직한 마음이다.
좋은 선발진 원투펀치를 갖추고도 많은 승리를 따내지 못하고 팀 성적마저 추락하면 그 팀이 바로 '약체'다. 단체 스포츠인 만큼 비단 니퍼트와 김선우 뿐만 아니라 꾸준하게 출장하며 분전 중인 선수들 중 누군가가 연속된 불운을 겪는다면 이는 선수단 전체가 심각하게 바라보고 개선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9일 개인 18연패를 끊고 호투, 귀중한 승리를 따낸 심수창(넥센)의 주위에는 함께 호흡을 맞춘 지 겨우 일주일 남짓한 새 동료들과 코칭스태프의 한 마음이 있었다. 그에 반해 니퍼트와 김선우가 분전하고도 무승에 그치는 경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야구'는 혼자 잘 한다고 다 잘 되는 종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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