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하던 조광래 감독이 벼랑 끝에 몰렸다.
지난 10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75번째 한일전에서 0-3으로 완패한 탓이다. 한국이 일본에 세 골 차이 이상으로 패한 것은 1974년 한일정기전 1-4 완패 이후 37년 만으로 역대 두 번째다. 세 골을 내준 것은 세 번째다.
그야말로 삿포로 참사다. 덕분에 조광래 감독에 쏟아지던 찬사가 비판으로 바뀌었다. 대표팀 사령탑 취임 1년여 만에 가장 큰 위기다. 한일전이 왜 '단두대 매치'라고 표현되는지 실감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섣부른 실망은 금물이다. 한일전 패배가 조광래 축구의 끝은 아니다. 이제 막 2014 브라질 월드컵을 향해 돛을 올린 상황에서 암초를 만났을 뿐이다. 일본 축구의 성장을 인정하고 다시 그 간격을 좁히기 위해 노력하면 그만이다.
그런 면에서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같은 어려움에 직면했던 일본의 대응에서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일본도 안방에서 2연패를 기록한 오카다 다케시 전 감독의 퇴진이 거론됐지만, 패배를 약으로 받아 들여 월드컵 원정 16강이라는 결실을 이뤘다.
이제 우리도 한일전 패배의 충격을 곱씹되,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애정 어린 시선으로 기다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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