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삿포로 참사였다. 그렇지만 이 패배를 잊으면 안된다. 절대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조광래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10일 일본 삿포로돔서 열린 일본과의 75번째 친선 경기서 가가와 신지에게 2골을 허용하며 0-3으로 완패했다. 한국은 1974년 9월 28일 한일 정기전에서 1-4로 패한 후 37년 만에 3골차로 졌다.
경기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일본의 경기 주도로 이루어진 경기다. 선수들 마저 이구동성으로 "모든 면에서 밀렸다. 완벽한 패배다"라고 할 정도로 그 어떤 핑계가 필요 없을 정도로 최악의 경기였다. 한일전에서 이처럼 완패한 것을 기억하고 있는 이는 아주 드물 것이다.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0-3이라는 결과를 마주한 선수들은 충격 그 자체였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을 지나가는 선수들의 표정에는 비장감마저 감돌았다.
패배는 평소 취재진과 접촉을 피하는 주장 박주영마저 변하게 했다. 박주영은 취재진들의 인터뷰 요청에 바로 응하며 이날 패배에 대해 진심어린 반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팬들에게 실망스런 경기를 접하게 한 것에 대한 일종의 사죄였다.

반면 일본 진영은 화기애애했다. 선수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한일전 3-0 승리라는 뜻밖의 결과를 경험해본 선수도 들어본 선수도 없기 때문.
이날 경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아시아의 맹주임을 자처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럴 수가 없게 됐다. 비록 최상의 전력을 꾸리지 못했다고는 하나 0-3이라는 결과가 모든 이유를 한낯 핑계로 만들고 있다. 이제 일본 축구가 우리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임을 인정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이제는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단순히 운이 없어서 패배를 한 것이 아니다. 0-3이다. 대표팀과 일본의 현실에 대한 상황을 순수히 받아 들여 할 때인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삿포로 참사'를 가슴에 새기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나쁜 기억이기 때문에 빨리 잊는다면 이번 같은 참사는 조만간 또 생길 것이다. '삿포로 참사'는 어서 빨리 지워야 할 기억이 아니라, 두고 두고 곱씹으며 와신상담해야 할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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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삿포로(일본)=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