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취재진이 말한 한국과 일본의 '차이'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1.08.11 07: 56

"남아공 월드컵 이후 일본은 보강을 했지만 한국은 변화를 택했다".
조광래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10일 일본 삿포로돔서 열린 일본과의 75번째 친선 경기서 가가와 신지에게 2골을 허용하며 0-3으로 완패했다. 한국은 1974년 한일정기전서 일본에 1-4로 패한 후 37년 만에 3골차로 패했다.
이날 패배는 변명조차 할 수 없게 만든 경기였다. 선수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는 "완벽한 패배였다"고 완배를 인정했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의 얼굴에는 침통함이 흘렀다.

반면 일본은 화기애애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3-0이라는 대승은 현재의 일본 대표팀을 구성하는 세대가 기억하는 한일전 최고의 승리였다. 마치 '역시 우리가 아시아 최고다'라는 것 같았다. 
한국과 일본 대표팀의 축구를 지속적으로 지켜본 일본의 한 기자는 이번 결과에 대해 "남아공 월드컵 이후 양 국이 택한 길의 차이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남아공 월드컵 이후 기존의 미드필드 플레이와 측면 위주의 플레이를 유지하면서 보강했지만, 한국은 전술적으로 완벽한 변화를 꾀했다. 아직 한국은 만들어가는 과정인 것 같다"고 말했다.
즉 일본은 남아공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한 이후 자신들의 축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며 세계 축구에 다가섰지만, 한국은 기존의 것에서 벗어나 완벽하게 바꾸는 단계라는 말이었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었다. 조광래 감독이 현 대표팀에 부임하면서 한국은 소위 '만화축구'를 실현하고자 중원에서 미드필드 플레이에 중점을 두었다.
조광래 감독 부임 초기에는 이러한 만화축구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다. 한두 번 호흡을 맞춘다고 해서 유기적인 움직임과 창의적인 패스 플레이가 될 리가 없었기 때문. 그럼에도 시간이 흘러가면서 조직력이 다져졌고, 만화축구도 어느 정도 완성되는 듯했다.
 
그렇지만 이번 한일전을 앞두고 기존 주축 선수인 이청용과 지동원, 홍정호 등의 차출이 불발되면서 기존의 조직력이 큰 타격을 받았다. 그만큼 완성 단계에 접어든 만화축구가 다시 진행 단계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것.
물론 제대로 전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 이번 완패의 이유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떤 돌발상황에서도 대표팀의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몫이다.
 
결국 이번 패배는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경기다. 만약 이번 패배에 좌절한다면 일본에 내준 아시아 최고의 자리는 다시 탈환하지 못할 것이다. 대표팀의 주장 박주영의 말처럼 이번 경기는 "자신감을 잃는 경기보다는 스스로 되돌아 보는 시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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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삿포로(일본)=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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