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팀의 포어체킹과 유기적인 수비 움직임의 실패가 '삿포로 참사'를 불렀다.
조광래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10일 일본 삿포로돔서 열린 일본과의 75번째 친선 경기서 가가와 신지에게 2골을 허용하며 0-3으로 완패했다. 한국은 1974년 한일정기전서 일본에 1-4로 패한 후 37년 만에 3골차로 졌다.
이날 대표팀의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은 왼쪽 측면이 붕괴되다시피 했기 때문. 일본의 오른쪽 공격수 오카자키 신지와 오른쪽 풀백 우치다 아쓰토의 연계 침투가 대표팀을 완벽하게 무너트렸다.

대표팀은 일본의 공략에 대처하지 못했다. 일단 포어체킹에 실패한 원인이 가장 크다. 조광래 감독은 경기 전날 부터 대표팀에게 전방서부터 강한 압박, 즉 포어체킹이 한일전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선수들은 이를 실현으로 옮기지 못했다.
특히 왼쪽 측면이 그랬다. 이날 이근호는 왼쪽 측면 공격수로 출전했다. 이근호는 경기 초반 공격에서 활발한 움직임으로 빛을 보는 듯했다. 문제는 수비였다. 이근호는 공격 외에도 전방에서부터 일본의 오른쪽 풀백 우치다를 견제해야 하는 임무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지 못했다.
우치다가 이근호의 견제에서 벗어나자 대표팀의 왼쪽 측면은 완벽하게 일본의 것이었다. 대표팀 왼쪽 풀백들은 뭘 했냐고 할 수 있지만 경기를 자세히 보자면 절대 그럴 수가 없었다. 일본은 오른쪽 측면 공격수인 오카자키가 문전으로 침투해 들어가며 대표팀의 왼쪽 풀백을 물고 들어갔다. 그러면서 생긴 빈 공간을 우치다가 침투해 들어온 것.
여기서 아쉬운 점이 유기적인 수비 움직임이었다. 이근호가 포어체킹에 실패했다면 빨리 돌아와 우치다의 움직임을 견제했어야 했다. 그러나 너무 공격에 치중한 나머지 제대로 우치다를 막지 못했다.
물론 선발 왼쪽 풀백으로 나온 김영권이 초반 불의의 부상으로 전반 23분 박원재와 교체됐고 또 36분에는 박주호가 대신 들어오며 수비라인이 안정감을 잃은 탓도 있다.
그렇다면 중원에서 도와줬어야 했다. 이용래가 그 역할을 맡았어야 했다. 그렇지만 그러지 못했다. 일본 중원의 두 거물 하세베 마코토와 엔도 야스히토를 막는 데 신경을 썼기 때문.
결국 우치다는 대표팀의 왼쪽 측면을 마음껏 유린했다.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치다는 골라인 부근까지 침투해 크로스를 여유롭게 시도하며 문전의 공격수들에게 끈임없이 공을 연결했다.
현재 대표팀이 추구하는 소위 '만화축구'라 불리는 중원에서 플레이에 중점을 둔 축구는 포어체킹과 유기적인 움직임이 필수조건이다. 축구가 공격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닌 만큼 포어체킹을 통해 수비를 구축하고, 공격과 수비에서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펼쳐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참사는 그런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대표팀은 이제 불과 3주 뒤인 9월 2일 월드컵 3차 예선을 갖는다. 그렇지만 현재의 모습이라면 불안하다. 상대가 아시아 최강 중 하나인 일본이었다고는 하지만 0-3이라는 결과는 충격적이다. 선수단과 코칭 스태프는 어서 빨리 흔들리는 대표팀을 진정시키고 이번 패배를 교훈 삼아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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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삿포로(일본)=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