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서 뛴 기억이 하나도 없다".
조광래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10일 일본 삿포로돔서 열린 일본과 75번째 한일전에서 0-3 완패를 당했다. 말 그대로 참사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한국이 일본에 3골차로 패배한 것은 1974년 한일정기전서 1-4로 진 이후 37년 만이었다.
이날 한국은 일본의 오른쪽 측면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즉 한국의 왼쪽 풀백과 미드필더들이 일본의 공격을 제대로 차단하지 못한 것이다.

생각지 못한 일도 있었다. 왼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한 김영권이 전반 23분 발목 부상으로 교체된 것. 이어 투입된 박원재도 얼마 뛰지 못하고 교체됐다. 일본의 엔도 야스히토가 때린 강력한 슈팅에 불과 2∼3미터 거리서 머리를 강타 당했기 때문. 박원재는 다시 일어나 뛰었지만 10여 분 뒤인 36분 박주호로 교체됐다.

교체되어 나간 박원재는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을 호소해 대기 중인 구급차로 인근 병원으로 후송, MRI 등을 통한 검사를 했다. 뇌진탕이었다. 큰 문제는 없을 것이란 의사의 말에 팀에 다시 합류했지만 메스꺼움은 여전했다.
귀국길에 삿포로 인근 신지토세 공항서 만난 박원재는 "어제 경기서 뛴 기억이 전혀 없다. 교체 투입을 위해 신발 끈을 묶고 들어갈 당시만 기억이 난다. 아무 기억이 없다"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구급차였다. 아직도 조금은 어지럽다"고 덧붙였다.
뇌진탕으로 인한 후유증은 하루 이틀 사이 동안 낫는 것이 아니다. 오는 주말 열릴 K리그 출전이 걱정되는 상황. 이에 대해 박원재는 "이번 라운드에는 경고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선수나 구단으로서 부담이 되지 않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박원재의 부상을 지켜본 서정원 코치는 "나도 선수 시절 국가대표 소속으로 경기 도중 상대 선수와 머리를 부딪힌 적이 있다. 전반전을 마치고 바로 병원으로 실려 갔다. 그리고 밤새 메스꺼움에 구토를 했다"며 박원재가 겪었을 뇌진탕의 고통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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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삿포로(일본)=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