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야구장 사람들] 박종훈 감독의 아쉬운 번트작전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1.08.12 10: 22

2011 프로야구 4강 진출에 도전하는 LG가 번트 작전 실패로 기선을 잡을 수 있었던 KIA전을 내주어 롯데를 바짝 추격할 기회를 놓쳤습니다.
지난 9일 광주 원정 첫 경기에서 LG는 1회초 무사 1,2루 기회를 3번타자 정성훈이 보내기번트를 실패하는 바람에 한점도 얻지 못하고 결국 0-2로 패했습니다. 4위 롯데를 1경기 반차로 추격 중인 LG는 이날 롯데가 홈경기에서 넥센에게 1-3으로 패해 만일 이겼다면 승차를 반 게임차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KIA가 2위에 올라있고 LG와 양팀 맞대결에서도 9승6패로 우세하지만 이범호, 최희섭, 김상현 등 중심 타자들이 줄부상을 입고 투수진도 로페즈, 곽정철 등의 부상 결장으로 커다란 공백이 생겼기에 LG는 이번 광주 원정이 좋은 기회였습니다.

KIA 선발은 닷새전에 두산전에서 올 시즌 첫 승을 올린 우완 김희걸(30)이었습니다.
LG는 1회초 1번 이대형이 내야 땅볼을 때렸으나 2루수 안치홍의 에러로 살아나갔고 2번 이진영은 김희걸의 초구를 날카롭게 받아쳐 좌익수 앞 라이너성 안타를 때려 무사 1, 2루의 득점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3번 정성훈은 사인에 따라 보내기번트를 댔는데 타구가 자신의 발 앞에 떨어지자 파울인 줄 알고 1루로 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타구는 파울라인을 벗어나지 않고 3루쪽으로 1m 가량 굴러갔고 이 타구를 재빨리 잡은 포수 차일목이 먼저 3루수에게 던져 2루주자를 포스아웃 시키고 3루수 박기남은 1루수 김주형에게 던져 뛰지 않고 타석에 가만히 있던 정성훈을 아웃시켜 순식간에 더블플레이를 시켰습니다.
자칫하면 대량 실점할 뻔했던 김희걸은 힘을 얻고 5이닝 5안타 2볼넷 무실점의 역투로 승리투수가 됐습니다.
작전 실패의 장본인은 번트를 제대로 대지 못한 정성훈입니다. 번트 타구가 타석 아래에 떨어졌다가 라인에 벗어났는 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달리지 않은 이중 실수도 저질렀습니다.
작전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한 선수의 책임이 크지만 “그 순간 꼭 번트작전을 시도했어야 했나?”는 의문이 생깁니다.
6개월의 장기 페넌트레이스를 하다가 보면 각가지 실패와 실수가 나오기 마련이고 ‘잘못된 작전이나 에러는 빨리 머리에서 지워버려라’는 말이 야구계 정설이지만 이날 번트작전 실패는 4강 길목에 나온 것이어서 며칠이 지나도 잊어버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박종훈 감독은 아마 1회부터 점수를 뽑으면 KIA 투수진이 쉽게 무너질 것으로 보고 점수를 얻기 위해서 가장 확률이 높은 번트작전을 시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KIA의 에이스 윤석민이나 로페즈가 나왔다면 초반부터 득점 기회를 살리기 위해 번트를 댈 수도 있었겠지만 이날 마운드에는 올 시즌 1승을 올린 김희걸이었습니다.
2001년 SK에 입단한 후 2005년에 KIA로 옮긴 프로 11년째의 김희걸은 작년까지 개인통산13승18패를 올렸고 올해는 이날 전까지 1승3패에 평균자책점 5.80의 그다지 위력적이지 않은 투수입니다.
올해 LG전에 3차례 등판했는데 4월 24일 1⅓이닝 무실점, 6월 10일 2이닝 무실점, 6월 11일 2⅓이닝 5실점을 기록했습니다.
정성훈은 팀 내에서 이병규 다음으로 타율이 높고 후반기들어서는 가장 타격감이 좋습니다. 최근 8경기 연속안타를 기록 중이었습니다.
정성훈은 6월 11일 군산경기에서 두 번째 등판한 김희걸로부터 2타수 1안타, 투런홈런을 때려 팀의 14-8, 대승을 이끌 정도로 김희걸에 강합니다. 또 주자가 1,2루에 있을 때 정성훈은 4할에 높은 득점권 타율을 보여주었습니다.
1회에 빨리 찾아온 득점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병살타를 방지하기 위해 번트작전을 시도한 박종훈 감독이겠지만 본래 1회부터 번트는 잘 시도하지 않던 박 감독이 평소처럼 경기를 끌고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 날은 LG나 롯데가 똑같이 이겼고 그 다음 날은 LG는 패하고 롯데는 역전승을 거두어 양팀의 승차가 두 게임 반 차로 벌어져 트윈스에겐 더욱 안타깝습니다.
OSEN 편집인 chuni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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