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이 필요로 하면 언제든 준비돼 있다".
한화 한대화 감독은 야왕으로 불린다. 한 감독이 결정하는 것마다 결과가 좋으면 그것은 곧 야왕의 한 수가 된다. 한 감독 부임 후 최고의 한 수를 꼽는다면 무엇이 있을까. 두 말 할 것 없이 좌완 투수 박정진(35)의 방출자 명단 제외와 교육리그 파견이 될 것이다. 한 감독은 "대학 때 빠른 공을 던지던 좌완이었다.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교육리그로 보내 절박함을 갖게 했다. 지금 박정진은 한화에 에이스 류현진만큼 중요한 존재가 되어있다.
박정진이 한화의 절대 필승카드로 다시 한번 위력을 떨치고 있다. 박정진은 지난 11일 대구 삼성전에서 3-2로 1점차 리드를 지키던 6회 1사에서 마운드에 올라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마무리투수 데니 바티스타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그에게 주어진 기록은 홀드. 하지만 가장 중압감있는 승부처에서 팀 승리에 결정적인 디딤돌을 놓았다. 경기 중반 1점차 상황에서 한화가 믿고 내보낼 수 있는 투수는 박정진밖에 없다.

박정진은 올해 팀 내에서 가장 많은 44경기에서 4승3패5세이브9홀드 평균자책점 3.12를 기록하고 있다. 중간·마무리로 활약하면서도 57⅔이닝을 던졌다. 특히 후반기 5경기에서 9이닝 무실점 행진을 벌이고 있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까지 확장하면 6경기-10⅓이닝 무실점 위력투. 상황에 따라 7~8회는 물론 5~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팀이 필요로 하는 순간마다 주저하지 않았다. 한화의 이기는 경기는 박정진이 있어 가능한 공식이다.
박정진은 "팀이 필요로 하면 언제든 마운드에 오를 준비가 되어있다"며 "지금 우리팀이 승부수를 던진 시기가 아닌가. 감독·코치님께서 관리를 잘 해주시고 배려를 많이 아끼지 않으신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그는 "사실 요즘 날이 많이 더워 연습량을 조금 줄였다. 체력을 비축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20대는 아니지 않은가"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얼굴은 영락없는 20대지만 그도 어쩔 수 없는 30대. 그래도 그의 얼굴과 몸은 시간을 거스르는 듯하다.
결국 마음가짐을 어떻게 갖느냐 문제다. 박정진은 "짧게 던지든 길게 던지든 그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 결국 어떻게 마음가짐을 먹느냐가 중요하다. 1점차 상황이라도 집중력을 갖고 승부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박정진은 위기에 더 강하다. 올해 득점권 피안타율이 1할9푼6리. 박정진은 "이렇게만 쭉 갔으면 좋겠다"며 팀을 위해 언제든 자신을 불사를 준비가 되어있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마운드에 오르면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필승카드. 박정진이 그런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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