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km 광속구' 바티스타, "가장 중요한 건 컨트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8.12 07: 03

세이브를 추가하는 데에는 무려 33일이 걸렸다.
한화 마무리투수 데니 바티스타(31)는 지난 11일 대구 삼성전에서 3-2로 리드하던 8회 1사부터 마운드에 올라 1⅓이닝을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팀의 4-2 승리를 지켰다. 지난달 9일 대전 넥센전에서 국내 데뷔 첫 세이브를 거둔 후 무려 7경기·33일 만에 거둔 값진 2세이브. 팀의 살얼음 리드를 지켰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는 세이브였다. 이날 경기로 바티스타는 정확히 10경기째를 소화했다.
바티스타는 "오랜만에 세이브를 거둬 기분이 좋다. 팀이 이기는 경기에서 내가 막을 수 있게 돼 만족한다"고 말했다. 한 달 넘도록 바티스타에게는 한 번도 세이브 기회가 오지 않았다. 팀 타선의 기복 있는 타격으로 바티스타의 등판 간격도 들쭉날쭉했다. 마무리투수에게 세이브 기회가 없는 것 만큼 답답한 것도 없다. 이미 승부가 기운 경기에서 컨디션 점검차 오른 경우가 대다수였다. 지난달 30일 대전 SK전처럼 1개의 공만 던지고 내려온 적도 있었다.

정민철 투수코치는 "그래도 군말없이 등판해주는 바티스타가 고맙다"며 그의 자세를 높이 샀다. 바티스타도 "그동안 세이브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그렇게 때문에 바로 야구다. 언제 어떻게 기회가 찾아올지 누구도 모른다. 난 언제든 이기는 경기를 대비하고 있다"며 찾아오지 않은 세이브 기회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에서도 바티스타는 최고 155km 광속구를 뿌리며 삼성 타자들을 힘으로 제압했다. 우타자 기준으로 바깥쪽 빠르게 살짝 꺾이는 컷패스트볼도 전광판 스피드건에는 147km까지 찍힐 정도로 가공할만한 스피드를 자랑했다. 결정구로 쓰는 파워 커브도 최고 137km까지 나왔다. 그의 볼을 받은 포수 신경현은 "볼이 정말 좋다. 직구 외에도 커터와 커브도 힘이 있다"고 평가했다. 신경현은 투수의 볼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하는 포수다.
바티스타는 볼 스피드에 대해 "팔 스윙을 크고 빠르게 가져가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한대화 감독도 "키가 커서 그런지 공을 마지막 순간 끝까지 잘 끌고 나온다"고 평가했다. 마무리투수가 갖춰야 할 최대의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상대를 힘으로 누를 수 있는 스피드다. 바티스타는 이 점에서 최고 마무리가 될 수 있다. 올해 10경기에서 9⅔이닝 동안 탈삼진 19개를 기록했다. 9이닝으로 환산할 경우 놀랍게도 평균 17.7개.
물론 보완해야 할 부분도 있다. 바티스타는 "한국 야구를 한 달간 경험해 보니 만만치 않다는 걸 느꼈다. 지난 번에는 만루 홈런도 맞았는데 거기에 나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연구를 하고 있다. 역시 제일 중요한 건 안쪽과 바깥쪽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컨트롤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고 인정했다. 스스로 보완해야 할 부분을 느끼고 연구하는 바티스타가 남은 시즌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바티스타가 이 정도 광속 스피드에 제구까지 이뤄진다면 그가 있어야 할 곳은 아마 메이저리그가 될지도 모른다. 그 메이저리그가 한국 무대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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