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실력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실력을 키워야겠죠".
최악의 4월을 보낸 한화가 5월부터 상승세를 탈 수 있었던 데에는 이 선수를 빼놓고 설명이 되지 않는다. 5년차 우완 투수 김혁민(24). 김혁민은 5월 한 달간 6경기에서 2승3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43으로 위력을 떨쳤다. 6월 첫 2경기에서도 연속 퀄리티 스타트로 승리투수가 되며 기세를 이어갔다. 시즌 첫 8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은 불과 2.74. 이 시기부터 한화 선발 마운드도 부쩍 분발했다. 한대화 감독은 이를 "김혁민 효과"라고 명명했다.
그랬던 김혁민의 기세가 최근 많이 수그러들었다. 7월 5경기에서 승리없이 3패 평균자책점 7.50으로 부진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어느덧 4.99로 5점대에 육박한다. 지난 6월11일 사직 롯데전 선발승을 끝으로 두 달째 승리를 신고하지 못하고 있다. 한화 선발투수 중 가장 오래된 승리투수가 김혁민이다. 이후 8경기에서 5연패를 당하며 4승8패로 승보다 패가 두 배로 많아졌다. 어떤 문제가 생긴 것일까.

김혁민은 "체력이 떨어졌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역시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 상대 타자들에게 맞아가는 것 같다. 투구 밸런스도 흔들리고 있다. 결국 이게 내 실력인가 싶기도 하다.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많이 멀었다"고 털어놓았다. 5월 상승세를 잇지 못하고 주춤하고 있는 것에 부족함을 느끼고 있는 나날의 연속. 그래도 한대화 감독은 그에게 선발 기회를 계속 부여하고 있다. 다행히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지난 2일 대전 롯데전에서 6이닝 6피안타 2볼넷 6탈삼진 3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했고, 10일 대구 삼성전에서도 6이닝 5피안타 3볼넷 3탈삼진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지만 투구내용이 나쁜 경기는 아니었다. 김혁민은 "제구가 낮게 이뤄지지 않아 실투성 공이 많았다. 더 낮게 던져야 하는데 가운데로 들어간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힘이 너무 들어가는 듯하다"고 자가진단을 내렸다.
김혁민은 6월11일까지 8경기에서 42⅔이닝 동안 볼넷이 14개로 9이닝당 평균 2.95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후 9경기에서는 40⅓이닝 동안 볼넷이 18개로 9이닝당 평균 4.02개로 늘었다. 그는 "중심을 뒤에 잡아놓고 던져야 하는데 왼쪽 어깨가 빨리 열리는 바람에 고개가 돌아간다. 그러다 보니 오른팔이 늦게 나오고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창 좋을 때 폼과 밸런스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일관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정민철 투수코치는 "요즘 그래도 혁민이 투구내용이 많아 좋아졌다. 초반보다 상대에게 노출된 부분이 많은데 그럴 때일수록 A급 투수들은 상황에 따라 대처할 줄 아는 요령이 있다. 그런 건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마운드에서 직접 경험하며 시야을 넓혀야 한다. 혁민이도 지금 그 과정에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혁민은 "내가 닮고 싶은 투수는 윤석민(KIA)과 송은범(SK) 선배다. 이유는 제구가 좋은 투수들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스스로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그이기에 다음 등판이 더 기대된다. 두 달째 승리는 감감무소식이지만 김혁민은 돈주고도 살 수 없는 피와 살이 될 성장통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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