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잠실구장 LG 트윈스 클럽하우스에서 있던 유원상(25)이 오후 6시를 넘어 몇 차례 3루측 덕아웃쪽을 들락거리며 하늘을 쳐다봤다. "비가 오네요"라고 말한 유원상은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이유가 있었다. 유원상은 13일 롯데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었다. '에이스' 박현준(25)이 오른쪽 어깨 근초염 때문에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찾아온 기회였다. 박종훈 감독도 "13일 경기에 유원상을 선발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12일 경기가 우천으로 순연되면서 유원상의 선발 등판은 무산됐다. 12일 등판 예정이던 벤자민 주키치가 13일에 등판하고, 14일에는 예정대로 레다메스 리즈가 나설 것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원상 역시 13일과 14일 선발 로테이션에 자신이 아닌 주키치와 리즈가 들어갈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아쉽긴 하지만 팀에게는 좋은 일"이라면서 "지금은 팀이 더 중요하다"며 웃었다.
유원상은 지난 7월 11일 LG-한화 깜짝 트레이드 때 양승진과 함께 김광수의 반대 급부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무엇보다 LG는 유원상을 선발투수로서 재능을 점 찍고 데려왔다.
지난 2006년 천안 북일고를 졸업한 유원상은 1차지명으로 5억5000만원의 계약금을 받고 입단했다. 프로 입단 당시에만 해도 한기주(KIA) 나승현(경찰청)과 함께 '빅3'로 분류될 정도였다.
그러나 입단 첫 해 1군 등판 기회를 얻지 못한 그는 2007년 8경기에서 2승1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84에 그쳤다. 지난해에도 선발진의 한 자리를 차지한 유원상은 29경기에서 데뷔 후 가장 많은 142⅓이닝을 던졌지만 5승14패 평균자책점 5.50으로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결국 올해 불펜투수로 활약한 유원상은 25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3홀드 평균자책점 6.62에 그치며 LG로 오게 됐다.
트레이드의 상처가 있긴 하지만 유원상은 140km 중반대 직구와 130km 초반의 각도 큰 슬라이더를 던진다. 아버지 유승안 경찰청 감독으로부터 물려받은 피가 있기 때문에 보통 투수들에 비해 재능이 뛰어나다. 이적 후 박종훈 감독과 최계훈 투수 코치가 지켜보는 앞에서 몇 차례 불펜 피칭을 소화한 유원상은 실전에 등판할 정도로 몸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판단에 2군으로 내려갔다.
다행히 퓨처스리그(2군) 3경기에 등판해 6⅓이닝을 소화한 유원상은 6피안타 1사사구 3탈삼진 2실점(1자책)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13일 1군 엔트리에 포함될 예정인 유원상. 그는 "선발로 아니더라도 중간에서 던지면 된다"면서 팀 승리에 기여하고픈 마음이 최우선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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