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젊은 투수들은 체인지업조차 빠르게 던지려고 한다. 변화구종 하나 장착하기도 어려운 일인데도 말이다".
하나의 구종에도 힘을 달리해 던질 수 있는 능력. 제대로 제구된다면 타자 입장에서는 난감하기 짝이 없다. 김시진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특유의 힘 조절로 투구 스펙트럼을 넓히고자 노력 중인 이적생 심수창(30)에 대해 "기특하다"라는 반응을 보이며 다른 투수들 또한 노력을 통해 응용력을 발휘해주길 바랐다.

김 감독은 12일 문학구장서 불펜 CCTV를 통해 심수창의 투구를 지켜보았다. 심수창은 지난 7월 31일 거포 유망주 박병호와 함께 LG에서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LG 시절 개인 17연패를 기록한 뒤 지난 3일 대구 삼성전서 6이닝 3실점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 패배로 18연패를 기록 중이던 심수창은 지난 9일 사직 롯데전서 6⅓이닝 1실점 호투로 2년 여만에 승리 투수가 되었다.
특히 심수창은 변화구도 힘 조절을 통해 의도적인 구속 변화를 주며 롯데 타자들의 방망이를 농락했다. 탈삼진은 2개에 불과했으나 맞더라도 정타가 상대적으로 적은 모습을 보여주며 제대로 된 두뇌피칭을 보여준 투수가 9일 사직구장의 심수창이었다. 선수 본인 또한 "구종 하나에도 힘 조절을 통해 스피드 차이를 두며 타이밍을 흐트러뜨리고자 노력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체 리듬이 흐트러지던 것만 수정했을 뿐 일단 계속 지켜보고 있다"라고 밝힌 김 감독. 김 감독에게 심수창의 한 차원 높은 완급조절력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똑똑한 투수는 똑같은 팔스윙 등 매커니즘을 같이 하면서도 힘 변화를 주며 의도적으로 상대 방망이를 헛돌게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체인지업 계열의 구질은 직구 위주의 페이스에서 완전히 패턴을 뒤바꿀 수 있는 매력적인 공이다. 그마저도 힘 조절을 준다면 정말 기특한 생각이다".
사실 투수가 새로운 변화구를 익히는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단순히 그립만 쥐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손맛과 팔스윙, 투구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구종이라도 누가 던지느냐에 따라 제대로 된 결정구가 될 수도 있고 그저 보여주기만 하는 공이 될 수도 있다. 김 감독은 그렇게 변화구종을 익히고도 그마저도 일관되게 던지고자 하는 투수들을 비판했다.
"직구 위주 페이스에서 체인지업이 패턴을 뒤바꿀 수 있는데 요즘 보면 그마저도 그저 빠르게만 던지려고 하는 젊은 투수들이 있다. 던져보면서 '이럴 때는 이러했고 저렇게 던졌을 때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라고 복기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 조절을 시험해보는 듯 응용해보는 노력이 필요한 데 그저 변화구도 빠르게 던지려 한다".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심수창의 노력과 투구 스타일을 높이 산 김 감독은 단순히 심수창에게 높은 점수를 준 것을 뛰어넘어 다른 투수들 또한 단순한 무의식적인 반복 훈련이 아닌 자기 계발에 힘써주길 바랐다. 적자생존의 프로 무대인만큼 스스로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었다.
"예전 이광우(전 해태-두산)는 제대로 된 포크볼을 던지기 위해 검지와 중지 사이를 찢는 수술을 받기도 했다. 자신이 가진 무기를 늘리며 살아남기 위해 그렇게까지 노력한 선수들도 많다. 그저 경기 전 몸 푸는 식으로 적당히 훈련하고 안 된다고 쉽게 포기하게 되면 결코 프로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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