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돔구장이 필요하겠어".
지난 12일 대전구장. 한화-두산의 시즌 12차전 경기를 앞둔 오후 3시30분쯤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비가 뚝뚝 떨어졌다. 한화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훈련 중 덕아웃으로 피신해야 했다. 두산 선수단이 온 뒤 조금씩 꾸준히 내린 비는 오후 6시를 넘어 세차게 쏟아졌다. 결국 오후 6시15분 우천 연기가 확정됐다. 특히 두산은 올해 22번째 우천 연기로 넥센과 함께 8개 구단 중 가장 많다.
한화 한대화 감독은 "경기가 밀려도 너무 많이 밀렸다"며 답답해 했다. 두산 김광수 감독대행도 "비가 참 많이 내린다"며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다. 두산은 올해 우천 연기가 22경기로 넥센과 함께 가장 많다. 김 대행은 "우리나라도 돔구장이 필요하겠다. 요즘 봄·가을이 짧아지고, 사계절의 구분이 없어지지 않았나. 기후가 많이 변하고 있다"며 "이렇게 비가 많이 오면 내년에 140경기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대전뿐만 아니라 잠실-문학도 우천 연기됐다. 이날까지 총 70경기가 미뤄졌다.

역대 우천 연기가 가장 많았던 해는 지난 2006년으로 88경기였다. 올해도 8월에 계속 비가 내린다면 최다 우천 연기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내년부터 140경기 체제를 선언했다. 언제 어떤 날씨에도 무조건 경기할 수 있는 전무한 상황에서 140경기를 온전하게 치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최근 국지성 집중 호우도 아열대 기후로 변하는 시작이라는 게 기상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어쩔 수 없이 경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질 수 있다. 비가 조금밖에 오지 않으면 경기를 강행해야 하는 수가 있다. 김광수 감독대행은 "그라운드가 젖은 상태에서는 미끄럽고, 타구에 스핀이 많이 걸린다. 이런 날에는 경기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또 다른 야구 관계자도 "선수들의 부상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선수는 "누군가 다쳐야 경기장을 바꿔줄 건가"라며 열악한 인프라에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길어진 장마와 국지성 호우. 이 같은 이상기후에 관계없이 언제든 경기할 수 있는 건 돔구장밖에 없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돔구장이 없다. 신축 계획이 확정된 경기장도 고척동 돔구장 뿐이다. 그러나 고척동 돔구장은 2만명 수용이 어려운 미니 돔구장이며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동안 하나의 돔구장보다는 여러개의 천연구장을 만들어 시설 확보를 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3만명 이상 수용 가능한 노천구장 건설이 시급하다는 입장. 돔구장 건설에는 5000억원 이상 건설 비용이 들지만, 노천구장은 700~800억원의 비용으로도 건설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제는 비용적으로도 돔구장 건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잦은 우천 연기 때문이다. 실제로 6월22일부터 지난 12일까지 168경기 중 53경기가 우천 연기됐다. 일정의 31.5%가 우천 연기됐는데 흥행에도 차질이 있었다. 6월21일까지 경기당 평균 1만3316명이 경기장을 찾았지만 이후에는 1만2744명으로 4.5%가 감소했다. 6월말부터 8월까지 방학과 휴가 시즌으로 흥행가도를 달릴 수 있는 시기이지만 오히려 떨어졌다. 잦은 우천 연기가 이유로 지적된다. 경제적으로 볼 때에도 돔구장 필요성이 제기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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