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가뭄의 단비' 이영욱이 미덥지 못한 이유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08.13 08: 47

[OSEN=인천, 이대호 인턴기자] "사람들은 좋다는데 난 안 좋다고 본다".
지난 12일 SK 와이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시즌 12차전을 앞둔 문학구장. 감독실에서 취재진을 맞이한 SK 김성근(69) 감독은 사이드암 투수 이영욱(31)에 대해 우려를 내놓았다.
7월 이후 선발진이 무너진 SK에 있어서 이영욱의 등장은 가뭄의 단비 이상이었다. 이영욱은 지난달 8일 1군 복귀전인 문학 롯데전서 6이닝 3피안타 2실점으로 팀 7연패를 끊어냈다. 7월 1군 복귀 후 이영욱은 5경기서 3승(1패)을 수확하며 평균자책점 2.10을 기록하고 있다.

이영욱은 최근 등판이었던 11일 잠실 두산전서 선발로 나서 4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5회 오른손 엄지손가락에 물집이 생기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비록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내려갔지만 빼어난 투구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이영욱이 요새 안좋다"고 입을 열었다.
김 감독은 "사람들이 이영욱이 성적만 보고 좋다고 하는데 난 안 좋아졌다고 본다"면서 "(운 좋게)타구들이 정면으로 가서 버티는 것"이라고 말했다. 분명 성적만 놓고 봤을 때는 나무랄 데 없는 투구다. 그렇지만 김 감독은 "타자들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대체 이영욱의 어떤 부분이 아쉬웠을까.
"(지난달 8일)롯데전에 처음 나갔을 때는 말 그대로 투수가 타자를 압도했다"고 말을 시작한 김 감독은 "지금 성적은 괜찮지만 타자들이 적응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리고 그 이유로 "이영욱이 투구 폼이 (안 좋았을 때로)바뀌고 있다"고 답했다.
김 감독은 지난달 이영욱이 1군 복귀 후 깜짝 호투를 펼치자 그 비결로 투구 타이밍을 꼽았었다. 당시 김 감독은 "공을 던지는 타이밍이 '하나 둘 셋'처럼 규칙적인 리듬이 아니라 '하나 두우우울 셋'으로 한 타이밍 늦게 갑자기 공을 던져 타자들에겐 까다롭게 느껴진다"고 밝혔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때의 감각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것. 김 감독은 "투구 폼이 예전으로 돌아가는 중간 단계에 있다"면서 "다시 '하나 둘 셋'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이영욱이 투구 리듬이 좋을 땐 140km 짜리 공이 150, 160km로 보였는데 지금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SK는 최근 영입한 외국인투수 브라이언 고든(33)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줘 선발진 운용에 숨통이 트였지만 개리 글로버(35)가 긴 이닝을 가져가지 못하고 있으며 김광현 또한 복귀가 불투명해 위기 상황임엔 여전하다. 어려운 시기에 등장한 이영욱이 김 감독의 '고언'을 받아들여 '난세의 영웅'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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