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와 강정호가 된다면…."
올 시즌도 4강 진입이 불투명해진 넥센 히어로즈. 김시진(53) 넥센 감독이 내년 시즌 박병호(25)와 강정호(24)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김 감독은 지난 11일 사직 롯데전에 앞서 내년 시즌 마운 운용을 이야기하던 중 "2명의 외국인 선수 엔트리를 모두 투수로 돌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제조건이 달렸다. 바로 "박병호와 강정호가 잘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넥센은 올해 나이트와 알드리지로 투타 1명씩 외국인 선수 엔트리를 채웠다. 선발진은 나이트를 제외하고 김영민, 김성태, 김성현, 금민철 등 20대 젊은 유망주들로 5선발을 구성했다.
하지만 김영민이 부상으로 이탈, 문성현이 이 자리를 대신했고 금민철이 팔꿈치 수술로 시즌을 접자 김상수, 김수경 등 임시 선발들로 채웠다. 그나마 우천취소가 많아 4선발 위주의 체제가 가능했다. 여기에 LG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김성현 대신 심수창으로 변화를 줬다. 결국 시즌 전 구상했던 선발진은 나이트와 김성태 뿐.
팀이 올해 거둔 34승 중 선발진이 17승을 차지했다. 50% 비율이다. 나머지는 불펜진이 17승을 올렸다. 거꾸로 55패 중 41패가 선발진의 몫이었다. 넥센 선발진은 5.2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8개 구단 최하위다.
7위 한화가 40승 중 22승을 선발진이 가져갔다. 코칭스태프로부터 가장 신뢰감이 떨어지는 SK 선발진이 50승 중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24승을 따내고 있을 뿐이다. 대신 SK는 평균자책점 2.81로 무장한 탄탄한 불펜진을 보유했다.
넥센이 트레이드가 아닌 이상 믿을만한 선발 자원을 보충할 수 있는 방법은 외국인 투수 영입 뿐이다. 김영민, 강윤구, 금민철이 재활 중이며 김수경, 오재영, 윤지웅, 배힘찬, 정회찬 등 선발자원이 있지만 여전히 미지수다. 때문에 선발 마운드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된 올해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박병호와 강정호가 잘할 때라는 단서가 붙었다. 이유는 결국 타선의 득점력 빈곤 때문이다. 12일 현재 팀득점이 356점으로 8개 구단 중 최하위다. 팀타율도 2할5푼1리를 기록, 이 부문 7위에 올라있다. 김 감독은 무엇보다 득점권에서도 팀타율과 같은 2할5푼1리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 최하위의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김 감독은 "점수를 내줘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며 "박병호와 강정호가 얼마나 올라오느냐가 외국인 엔트리를 투수 2명으로 꾸릴 수 있다는 것을 결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LG와의 트레이드로 데려 온 박병호는 일단 성공적으로 넥센 중심타선에 안착했다. 지난 11일 사직 롯데전에서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7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홈런 3방과 8타점이 포함됐다. 타순도 5번에서 4번으로 올라섰다. 알드리지의 왼 어깨 부상 때문이지만 지난 5일 목동 두산전부터 줄곧 4번타자로 활약하고 있다.
트레이드 후 9경기에 나와 3할6푼4리를 기록 중인 박병호는 시즌 타율도 1할2푼5리에서 2할8푼6리로 상승했다. 시즌 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4번타자'로 낙점을 받았던 강정호는 최근 6번타자로 줄곧 나오고 있다. 4번타자로 40경기에서 2할3푼4리를 기록했던 강정호는 지난 6월 4일 복귀 후 40경기에서 3할5푼4리의 상승곡선을 그렸다. 시즌 타율도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팀내 최고인 2할9푼4리까지 높아졌고 홈런도 5개나 쳤다.
결국 꾸준한 유한준이 3번 타자를 맡고 박병호와 강정호가 50개 이상의 홈런포로 뒤를 받쳐준다면 남부럽지 않은 타선을 구축할 수 있다.
작년 유일하게 두자리수 팀홈런(87개)을 기록했던 넥센 타선은 올해도 역시 가장 적은 50개다. 홈런이 많이 나오기로 유명한 목동구장을 홈구장을 쓰면서도 이 정도 밖에 나오지 않다는데 고민이 크다. 이마저도 팀내 14개로 가장 많은 홈런포를 날리고 있는 알드리지가 없었다면 쉽지 않다.
이택근, 정성훈, 황재균 등 두자리 홈런이 가능한 중장거리형 타자들이 빠져나간 탓이 크다. 하지만 성적을 내야 하는 김 감독 입장에서는 이를 탓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심수창과 박병호를 데려오면서 "남은 임기 3년을 내다보고 내린 결정"이었다면서 "팀(성적)이 점점 올라가야 할 것을 감안할 때 필요한 트레이드였다"고 말했던 김 감독이었다.
남은 시즌을 통해 내년 시즌에 필요한 모든 시도를 다할 넥센 히어로즈. 성적을 떠나 어떤 결과물을 받아들지 더욱 궁금하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