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잘하려고 하다가 오버해 버렸어요."
다시 돌아왔다. LG 마무리 송신영(34)이 충격을 딛고 평정심을 찾았다.
송신영은 지난 10일 광주 KIA전에 9회말 마지막 투수로 등판, 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13-4로 리드해 사실상 승부가 기운 상태였지만 1사 후 경헌호에 이어 등판, 홍재호와 박기남을 각각 좌익수 플라이와 2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점수차가 커 평균자책점만 2.61에서 2.58로 낮추는데 불과했다. 하지만 송신영에게는 나름대로 의미있는 등판이었다.
송신영은 지난달 31일 트레이드를 통해 13년 동안 정들었던 넥센을 떠나 LG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이적 후 첫 등판이었던 지난 2일 문학 SK전에서 마무리로 등판, 팀의 5-4 승리를 지켜내는 세이브를 올렸다. 이날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송신영이었다. LG가 그토록 염원하는 4강 진출의 마지막 퍼즐이라며 각광받았다.
하지만 이도 잠시. 다음날인 3일 문학 SK전에 4-3 리드 상황에서 나갔지만 이호준에게 끝내기 역전 투런포를 맞고 블런세이브와 패전의 멍에를 동시에 들이켰다. 팀은 물론 송신영 스스로도 충격적인 순간이었다.
이날 5위로 내려앉은 LG는 4위 롯데에 여전히 2.5경기차로 뒤쳐져 있다. 송신영도 이후 등판 기회를 잡지 못했다.
특히 송신영은 한덕현(41) LG 심리 주치의와 상담에 나서기도 했다.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과 교수로 재직 중인 한 주치의는 2009년부터 LG와 인연을 맺었다. 하버드 의대 뇌과학 연구소 연구전임의를 거쳤고 보스턴대 스포츠 심리과와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국제 스포츠심리학회 정회원으로 2004년 현대유니콘스와 삼성에서 심리 자문을 맡기도 했다. 현대 시절부터 잘 아는 사이였기에 이야기가 술술 잘 풀렸다.

1주일만에 등판한 송신영은 다시 건재함을 보여주며 LG 선수단 전체에 자신감을 심었다.
송신영은 "전보다 더 잘하려고 했던 것이 문제였다"고 심리 상담을 통해 심적인 부담감을 털어놓았다. "솔직히 트레이드가 결정된 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고 마음 정리도 안된 상태에서 의욕만 강했던 것 같다"고 말한 송신영은 "제구도 되지 않았고 팔도 뭉쳐 집중력과 볼 스피드도 나오지 않았다. 팔도 넘어오지 않았다"고 냉정하게 1주일 전 상황을 돌아봤다.
상담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달았다. 송신영은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그 중에서도 '더 잘하려는 송신영을 보려고 데려온 것이 아니라 그동안 보여준 기량대로를 보여주는 송신영을 데려왔다'는 말에 공감이 갔다"면서 "너무 스스로 의욕만 강했던 것 같다"고 살짝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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