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대호 인턴기자] 6년 전 방출 통보를 받고 쓸쓸히 팀을 떠났던 선수가 이제는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거포로 자리매김하며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29)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바로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최형우(28)의 이야기다.
KIA 타이거즈와의 주말 3연전의 첫날인 12일 경기에서 최형우는 올 시즌 투수부문 트리플크라운에 빛나는 윤석민에게 연타석 홈런을 빼앗으며 19개에 한 달째 머물렀던 '홈런 갈증'을 말끔히 씻었다. 그리고 13일 경기에서도 최형우는 1회 첫 타석에서 서재응에게 2타점 2루타를 뽑아내는 등 2타수 1안타 2볼넷(1고의사구) 2타점으로 활약했다. 현재 최형우의 시즌 성적은 타율 3할1푼4리(6위) 21홈런(2위) 73타점(3위)을 기록하고 있다.
8월 들어서도 타격 감각을 잃지 않고 맹타를 휘두르던 최형우는 장타가 터지지 않아 걱정이 많았다. 실제로 최형우는 "올스타전 홈런레이스 참석 후 타격 자세가 무너져서 실제 경기서 홈런이 안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렇지만 최형우는 최근 두 경기에서 홈런과 2루타를 집중시키며 장타율이 껑충 뛰어올라 5할6푼9리를 기록, 5할6푼4리에 그친 롯데 이대호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게다가 OPS(출루율+장타율) 역시 0.987로 시즌 내내 1위 자리를 굳게 지키던 이대호를 2위로 밀어내고 선두로 올라섰다.
최형우는 겉으로 보이는 성적만 봐도 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한명으로 손꼽기에 손색이 없지만 세부 성적을 살펴보면 더욱 영양가 만점이다. 상위권 상대 성적이 하위권 상대 성적보다 높아 삼성과 직접 순위경쟁을 벌이는 팀에게 있어서 최형우는 '저승사자'와 같은 존재다.
최형우는 선두 경쟁 팀인 KIA전 타율이 시즌 타율보다 높은 3할2푼7리에 4홈런 13타점을 기록하고 있으며 OPS도 1.015에 달한다. 또한 SK전 타율은 3할6푼에 달하며 홈런 2개와 12타점을 올렸다. 그리고 현재 리그 4위인 롯데전은 타율이 3할1푼5리 2홈런 9타점을 기록 중이다.
또한 최형우는 상대 에이스에게 유독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KIA 윤석민은 현재 다승(13승), 평균자책점(2.48), 탈삼진(138) 세 부문 선두를 질주하고 있지만 최형우만 만나면 약해진다. 최형우는 윤석민을 상대로 16타수 8안타 3홈런 5타점을 기록하며 윤석민에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 또한 KIA 외국인투수 아퀼리노 로페즈에겐 1타수 1안타, 트레비스 블랙클리에는 7타수 3안타를 올리고 있다.
최형우의 각 팀 '에이스 사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SK 와이번스의 에이스 게리 글로버에 최형우는 10타수 4안타 3타점을 기록했고 롯데 자이언츠 토종 에이스 송승준-장원준에 각각 7타수 3안타 1홈런 3타점-8타수 4안타 1타점씩을 올렸다.
삼성 입장에선 강팀을 만날수록, 강한 투수를 만날수록 강해지는 최형우가 더욱 고마울 수밖에 없다. 바로 포스트시즌에 들어가면 우승을 위해 맞붙어야 할 팀들을 대상으로 강한 모습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관건은 최형우가 더욱 심해질 집중견제를 어떻게 이겨낼까 하는 점이다. 실제로 최형우는 현재까지 고의사구를 리그에서 가장 많은 12개나 얻어내고 있다.
삼성의 선두 등극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최형우. 그가 정규 시즌을 넘어 포스트 시즌에서도 지금의 활약을 이어가 끝내 우승컵을 품에 안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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